공정거래위원회 퇴직관료들이 대형로펌에 대거 영입돼 거꾸로 공정위 활동을 제약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자료가 제시됐다. 공정위는 이름 그대로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부당경쟁을 규제하고 소비자 권익과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확보를 주요활동으로 하는 기관이다. 공정위에 계좌추적권과 조사열람권 등 강력한 권한을 주고 독자적인 강제처벌권 등을 부여, ‘경제검찰’의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로 연관되는 업무성격상 법률서비스시장에서 공정위 관련 소송은 가장 수익성 좋은 분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시장의 90% 가까이가 공정위 퇴직관료들을 광범위하게 확보한 대형로펌 6곳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2012년 심판사건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대형 로펌에는 수십 명의 공정위 퇴직고위관료들이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의 직함으로 포진해 있고, 공정위 근무경력을 지닌 다수 변호사들이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그렇다 쳐도 퇴직고위관료들이 하는 역할은 뻔하다. 결국 기업규제의 논리와 틀을 만들고 운영해온 이들이 180도 입장을 바꿔 현역 때 쌓은 전문지식과 인맥을 활용해 도리어 공정위 조사대상 기업들을 위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예산으로 키운 인재들이 사익을 위해 곧바로 반정책적 업무에 종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좋은 모양새가 아닐뿐더러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지금은 공정위가 핵심고위직을 대폭 교체하면서까지 정권 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지난해 공직자윤리법 개정 이후 고위공직자들의 로펌 취업에 대한 제약이 어느 정도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정위를 비롯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조사ㆍ감사권이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재취업 제한을 더욱 엄격하게 조여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이와 함께 차제에 투명한 로비행위를 양성화하거나, 퇴직고급인력들의 능력을 학계나 연구기관 등을 통해 국가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들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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