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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공식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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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공식이 깨진다

입력
2012.09.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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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1일 2013년형 김치냉장고 '지펠 아삭 M900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의 용량은 무려 567ℓ. 지난달 위니아만도가 선보인 553ℓ를 넘어선 국내 최대 용량의 김치냉장고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 7월 세계 최대인 900ℓ 대용량 냉장고 '지펠 T9000'를 선보여 출시 한달 만에 1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냉장고의 대용량화가 김치냉장고까지 확대된 것이다. 세탁기 역시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 10㎏ 미만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19㎏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침체기엔 가급적 작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 하지만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고 있다. 더구나 인구수가 줄어들고, 아파트도 대형평수보다 소형평수가 인기를 끄는데 가전제품만은 오히려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황=작고 싼 것'의 공식이 백색가전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중호 삼성전자 생활가전마케팅그룹 상무는 "지펠 T9000을 선보였을 때 10% 점유율만 돼도 성공이라고 봤는데 현재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는 불황 속에서도 가전업계의 뚜렷한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안길찬 위니아만도 마케팅팀장은 맞벌이 부부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맞벌이 부부는 장보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장을 볼 때 구매하는 양이 많고 그러다 보니 큰 냉장고가 필요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세탁기 역시 매일 빨래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용량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불황공식의 파괴'는 먹거리에서도 나타난다. 아무리 경기침체기라도 먹는 것만큼은 안전하고 좋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청담동, 강남 백화점에서 인기를 끌던 고급 식품관은 수도권까지 확장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8월 중순 식품관을 리뉴얼하며, 미국식 고급식품브랜드인 딘앤델루카 2호점을 입점시켰다. AK플라자 분당점도 약 8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식품관(AK푸드홀)을 리뉴얼했는데, 최고급 수입 식재료와 유기농 1등급 쌀, 세계 3대 진미(푸아그라 캐비어 트러플) 코너 등으로 꾸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추석 대목을 아예 포기한 채 내달 초 식품관을 확대 개장할 예정이다.

앞서 신세계 SSG 푸드마켓 청담점은 고소영, 배용준, 전지현 등 연예인 목격담이 잇따르며 고급 슈퍼마켓으로 입소문을 탔다. 방사유정란 코너를 비롯 치콘, 라다치오 등 이름도 생소한 채소와 수입과일들, 다양한 원산지의 치즈, 영국 고급 슈퍼마켓 웨이트로즈의 시리얼, 쿠키 등을 독점 판매하는 게 특징. 한 판매 직원은 "청담동 부유층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소문을 듣고 수입식품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9월 미국 고급 식품 브랜드 딘앤델루카를 입점시키면서 식품관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지난 2월 리뉴얼을 끝내고 문을 연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도 5월부터 전년보다 20~30%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키즈산업도 더 이상 불황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 물건 만큼은 비싸도 좋다'는 인식이 완전히 뿌리내린 것.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평균매출 증가율이 3%에 그치고 있지만, 유아용품만은 21%나 늘었다. 특히 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과 같은 프리미엄 유아복은 22%의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100만원대 수입 유모차, 수입 의류가 오히려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젠 더 이상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품목, 모든 매장에서 똑 같은 유형의 소비패턴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안나경 인턴기자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

김지현 인턴기자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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