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제 적십자 통지문을 통해 우리 정부의 수해지원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우리 정부가 지난 3일 수해지원을 제안한 지 7일 만이다. 북한적십자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북측은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을 하지 않겠다던 대남 강경 자세에서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북 수해 지원 성사를 통해 최악 상황에 처한 남북관계 경색에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과거 경험 등에 비춰 수해지원 협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수해 때만 해도 정부는 초코파이 등 비상식량과 의약품 중심의 50억원 상당 물품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북측이 자신들이 원하는 품목이 아니라고 거부해 무산됐다. 당시 북측은 쌀과 수해 복구에 필요한 시멘트, 중장비 등을 통 크게 지원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번에 지원 품목과 수량을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도 간접적으로 그런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쌀과 시멘트, 중장비 지원에 난색을 표명해왔던 것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군수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었다. 그러나 큰 수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긴급지원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통일부 당국자가 어제 “일이 되는 쪽으로 하겠다”고 한 것을 주목하고자 한다.
북측도 뻣뻣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원을 받을 땐 받더라도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생각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 지원을 놓고 우리 사회 보수세력의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뻣뻣하거나 분배 투명성 확보에 소극적이면 소극적일 수록 우리 정부의 재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측이 남측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어제 정부 당국자가 토로했듯이 대북 수해 지원은 “복잡한 방정식”이다. 남북 당국은 머리를 맞대고 이 어려운 방정식을 푸는 데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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