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매미(사진)가 사라졌다.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고, 포도농가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혀온 꽃매미가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기 북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단 한 차례도 발생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경기 남부에서도 신고가 예년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그 많던 꽃매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11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중국 남부와 동남아에 주로 서식하는 꽃매미는 2006년 안성지역에 처음 나타난 뒤 2009년 769㏊, 2010년 753㏊에 걸쳐 발생할 만큼 확산돼 포도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꽃매미들에게는 직격탄이었다.
실제 2009년 군내 전역에서 꽃매미가 관찰됐던 가평군은 재작년과 지난해 영하 30도에 가까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뒤 올해까지 단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다. 파주와 포천 등 추위가 극심했던 곳은 모두 꽃매미 청정지역이 됐다. 발생면적도 올해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136㏊에 그쳤다.
도농기원의 연구 결과 겨울철 영하 20도를 밑도는 날씨가 10일 이상 지속되면 꽃매미 알의 부화율이 거의 영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와 농민들의 방제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개 시ㆍ군에 예찰인력을 운영 중인 도농기원과 농민들은 5월 상순까지 알을 제거하고 6월까지는 살충제를 살포한 뒤 이성충 전후의 꽃매미를 잡기 위해 끈끈이를 설치하는 등 체계적 방제를 펼쳤다. 도농기원 이영수(38) 박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급격히 사라진 황소개구리처럼 꽃매미도 토착화 과정에서 생태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면 다시 세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방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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