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작가들이 펜클럽에 가입하는 건 한마디로 감개무량한 일입니다."
조선중앙TV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다 1996년 탈북한 장해성(67) 북한망명펜센터 이사장은 11일 "북한에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펜본부가 지원하는 '북한망명펜센터'는 20여명의 탈북 문인으로 구성돼 있다.
10일 경북 경주에서 개막한 제78차 국제 펜대회의 최대 이슈는 북한망명펜센터의 펜클럽 가입이었다.
탈북작가들이 모임을 시작한 건 2004년 통일문예협회를 꾸리면서부터다. 200여명의 탈북예술인이 모였지만 각자 생업으로 바빠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그러다 탈북작가가 2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2월 별도의 모임을 만들었고, 지난 4월에는 함께 모여 서로 작품을 읽고 합동으로 비평도 했다. 반응이 좋아 이 합동비평 모임을 자주 하자는 얘기가 나왔으며,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많은 탈북자에게도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천복이와 만길이'를 집필했던 장 이사장은 방송작가로 활동할 당시에도 황석영의 <장길산> , 김지하의 시 등 남한 작가들의 작품을 틈틈이 읽었다고 했다. 상당수 남한 작품이 금서였지만 김지하의 시는 통일전선부에서 나온 잡지 <시대> 에 실려 있어 마음 놓고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대> 장길산>
"남북 문학은 엄청나게 달라요. 북한 문학은 사회주의식 사실주의 기법에 기초해서 발전했고, 옛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러다 1970년대 김정일이 문화예술을 장악하면서 문학이 수령 우상화 도구로 변질됐습니다."
그는 "남한에서는 북한 지도자를 아주 잔인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향이 많은데 사실 그건 체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앞으로 북한의 창작이나 창작 지도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도 체제를 건드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는 남한 작가들이 부러웠고 그래서 남한의 문학 수준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제펜 가입을 계기로 탈북작가들의 창작활동과 글쓰기 교육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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