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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노동운동가 의문사 '검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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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노동운동가 의문사 '검은 의혹'

입력
2012.09.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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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저항하던 한 운동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을 두고 정부와 대기업의 검은 고리에 의한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1일 방글라데시 노동운동가 아미눌 이슬람(39)의 돌연사를 둘러싼 의혹을 소개하며 이 나라 노동자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폭로했다.

이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4월4일. 그는 해외 기업에 청바지를 납품하는 의류 공장 노동자 출신이었다. 중국 다음의 최대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는 월마트, 갭, 토미 힐피거 등 다국적 기업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한다. 노동자 최저임금은 월 37달러(4만1,000원)로 세계 최저 수준이고, 이마저도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 시간외 노동, 잔업수당 미지급, 안전장치 부재 등 작업 환경은 극악하지만 노동자들은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회사에 항의 한 번 못한다.

사내 고충처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 당한 이슬람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리한 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 들었다. 방글라데시노동자연대센터(BCWS)에 들어간 그는 의류 노동자들에게 노동권 교육을 하고, 근로자와 당국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민단체 수준의 온건한 활동이지만 부패로 점철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계에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이슬람이 정부의 탄압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BCWS가 방글라데시 최대 의류제조업체인 엔보이와 나사의 노동환경을 조사하면서부터다. 그 해 6월 노동부 요청으로 출석한 그는 방글라데시 정보기관(NSI)에 납치돼 고문 당했다. 그러나 이슬람은 굴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납치 및 고문 사실을 알리며 저항을 계속했다.

이슬람이 실종된 날 그는 지인에게서 결혼식 준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공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다음날 신원불명의 시신이 수도 다카의 변두리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유가족에 의해 이슬람으로 확인됐다. 시신의 무릎과 발 부위에는 큰 상처가 있었고,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출혈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조직적으로 자행된 고문의 결과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실종 당일 그를 불러낸 지인이 NSI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는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IHT는 "이슬람의 의문사가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며 "다국적 의류기업과 당국의 결탁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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