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ㆍ59) 국가 부주석이 최근 열흘 이상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 이상설에 이어 변고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급기야 다음달 예정된 차세대 지도부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추론까지 제기된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시 부주석은 최소 세 건의 중요한 공식 일정을 걸렀다. 5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불참한 데 이어 6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10일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회동을 취소했다. 중국 지도자가 예고 없이 회담을 취소한 전례가 거의 없고, 더구나 상대 인사의 면면상 이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병 이상설이 강하게 부각됐다. 시 부주석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달 1일이다.
일단은 건강 이상설이 유력하다. 시 부주석이 축구 경기 중 근육을 다쳤다는 얘기가 돌았고, 수영 또는 골프를 하다가 부상을 입었다는 설도 있다. NYT는 베이징(北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심장 발작 가능성을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변고를 당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迅)닷컴은 시 부주석이 4일 베이징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中京)시 서기를 지지하는 군부인사가 시 부주석을 해치려 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삭제됐으나 변고설은 급속히 확산됐다. 중국 당국이 ‘시진핑’이 들어간 인터넷 검색어를 차단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대체 검색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파했다.
시 부주석의 행방과 권력투쟁 가능성을 둘러싼 여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의혹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서방 유력 언론들은 시 부주석의 신병 이상설과 별개로, 최근 정치 상황을 볼 때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NYT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18차 당대회의 정확한 날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차기 지도부의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 부주석의 건강에 작은 문제가 생겼더라도 권력교체기와 같은 민감한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가 어떻든 시 부주석의 장기간 부재 자체는 차세대 지도부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 내부 권력투쟁의 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언론 빈과일보(蘋果日報)는 11일 “시 부주석이 중병을 앓거나 권력 투쟁을 견디지 못하고 사임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며 “베이징 정가에서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총리 대신 당 총서기를 맡고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총리에 오르는 ‘플랜B’가 검토된다”고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및 리 부총리는 공청단, 시 부주석은 태자당 출신이다. 사실이라면 후 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대권과 군권은 물려줘도 당권은 넘겨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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