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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귀국 기자회견/ "상영관 수 적어 아쉽지만 그것도 '피에타'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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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귀국 기자회견/ "상영관 수 적어 아쉽지만 그것도 '피에타'의 운명"

입력
2012.09.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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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 트로피를 받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 박스를 지고 가던 15세의 내 모습이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1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어 "1990년대부터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국제 무대에 소개돼 거둔 성과가 누적돼 이런 기회를 얻었으니 한국 영화계에 준 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상을 정말 축하해주는 이는 소리 없이 나를 지지해준 관객들"이라며 "외국에 나가면 꼭 받는 질문이 한국에선 인기가 없고 유럽에선 인기 많다는 건데 난 한국에도 유럽만큼 아껴주는 팬들이 있다고 답한다"며 국내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막상 '피에타'의 상영관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했다.

"서울에 와서 보니 '피에타'를 건 극장이 많지 않았다. 내 입으로 멀티플렉스 폐해를 주장했으니, 한 극장에서 2관 이상 상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한 관이라도 제대로 상영했으면 좋겠다. 45%라는 '피에타'의 좌석점유율은 관수와 회차를 늘려야 하는 수치인데 그렇지 못하다. 어느 영화는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최다관객 기록을 내기 위해 안 빠지고 있다. 이게 진짜 도둑들 아닌가 싶다. 편법을 통한 불리한 싸움에 화가 난다."

영화에 등장한 토끼, 장어, 물고기 이미지에 대해서는 "강도란 캐릭터는 자기가 직접 날짐승을 도살해 먹는 인간이다. 누군가 죽이고 싶은 심리의 표현이기도 하다. 마음이 아프지만 강도의 결말을 미리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강도가 차에 끌려가며 도로 위에 굵은 핏줄기를 긋는 마지막 장면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던 장면의 다른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제작비와 관련해 그는 "영화를 17년간 20편 만들었는데 고민은 아무도 제작비를 안줄 때가 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걸 대비해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영화의 배우나 스태프들엔 개런티가 없다. 생활이 열악한 일부 스태프에게만 생활비를 준다. 영화 상영 후 수익이 생기면 그걸 나누는 방식이었다. '풍산개'에서 10억원 남아 5억원을 가지고 나눴다. 남은 5억으로 '피에타' 등 다른 영화를 찍었다. 대기업이나 극장의 지원 없이 촬영하는 내 방식이다. 영화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랑 작가의 세계관이다"고 말했다.

'김기덕 키드'를 위한 희망도 털어놓았다. "중앙대나 서울예대 출신이 아닌 사람들, 이제까지 기회를 얻지 못한 제도권 밖의 열정적인 사람들을 데뷔시켜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화제가 된 고가 의상에 대해선 "방송 출연 직전 급하게 옷을 구하던 중 사게 됐다"며 "1년 내내 영화제 참석할 때마다 입을 옷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여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화제가 정치 이야기로 바뀌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는 "공수부대와 해병대의 관계다"란 우스개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수부대를 나왔고 나는 해병대를 나왔다. 해병대와 공수부대는 휴가 가서 만나면 안 싸울 수 없는 사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둘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은 관계다. 이창동 감독, 손석희 교수와 더불어 내 인생에 배움을 주는 세 분 중 한 분이다. 수상 축하 글을 보내주셨길래 진심 어린 답장을 보냈다. 내가 훌륭한 삶을 살지 않아 선거캠프 참여 등 더 이상의 관여는 폐가 될 것이다. 그저 멀리서 마음으로 기도만 하겠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피에타'는 맛있게 먹은 음식이고 이제 배설된 변"이라며 "그 변이 거름이 돼서 또 다른 것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됐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도 '피에타'의 운명일 것"이라며 "이젠 다음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민수씨는 "여우주연상 못 받은 것이 솔직히 아쉽지만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모든 걸 위로 받았다"며 "현지 심사위원들과 기자들이 전해준 따뜻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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