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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품 전락한 현대인… 무너져가는 아버지… 비루한 인생을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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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품 전락한 현대인… 무너져가는 아버지… 비루한 인생을 곱씹다

입력
2012.09.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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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인간적으로 고쳐야 할 결점이 있어. 패가 좋고 운이 좋을 땐 슬며시 죽어야 하는데, 자넨 오히려 기를 쓰며 살려고 하거든." 자앙이 조금 비아냥댄다. 직수굿하게 듣고 있던 기임이 폭발한다. "제발 그런 말씀 말아요! 언제 죽고, 언제 살아야 할지를 난 몰라요!" 한국 사회에서는 역시 배짱이 최고인가?"

연극은 승자독식 사회의 소외되는 루저들에게 한 줄기 빛을 쬐고 싶어 한다. 거대한 창고에 던져진 부속품으로 전락해 가는 현대인을 그린 극단 수의 '북어대가리', 세일즈맨의 몰락에 현재를 투영시킨 '아버지'는 한국 사회의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무대 상황으로 보자면 연극적 활력, 관록의 연기력 등으로 맞대결이라도 펼치는 형국이다.

"(가진 것 없는 자들은)계획을 세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화나고 슬프기는 19년 전이나 지금이나 꼭 같아요."원로 극작가 이강백씨가 1993년 초연한 자신의 '북어대가리'가 갖는 현재적 의미를 짚었다. 수십 년째 창고지기로 일해 온 두 남자(자앙과 기임), 창고에 물건을 날라주는 젊은 여인 등 세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서 던지고 받는 언어는 장식도 가식도 없다.

이 작품에 연극적 활력이 넘치는 것은 원래 소극장을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이다. 국정 교과서에 단골로 희곡이 실리는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언어의 결이 거칠다. "지하 소극장 분위기에 맞는 희곡을 한달 만에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죠."성실과 정직이란 교과서 속에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챈 관객을 염두에 둔 희곡은 생생한 언어의 경연장이다. '나생문' '고곤의 선물' 등 개성 있는 무대로 호평을 받은 이 극단의 구태환이 연출하고 김종구 김은석 등 연기파들이 출연한다. 23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 (02)889-3561

죽음으로 가장의 책무를 마감하는 외판원 윌리를 그린 아서 밀러의 비극'세일즈맨의 죽음'을 김명곤 동양대 석좌교수(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 연출해 '아버지'라는 제목으로 내놓았다. "전무송 이순재, 두 선배가 저보다 더 적극적이에요. (연습장에)1등 도착 시합을 하시는 것 같아요. 감동이죠."대본 수정을 통해 현재에 밀착시킨 무대가 두 노장 덕에 살아 숨쉰다.

최대의 관건은 역시 타이틀 롤을 맡을 두 노장의 연기 대결. "이순재씨는 무뚝뚝하게 센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들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아버지, 전무송씨는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아버지라고나 할까요." 본인도 연기 대결의 결과가 남 못지 않게 기대된다고 연출자 김씨는 말했다. 이씨는 그와 서울대연극반 선후배지간이지만 작품은 처음이고, 전씨는 영화 '48 + 1'에 함께 출연했던 경험이 있다. 모두 28차례 펼쳐지는 이번 무대에서 두 사람은 절반씩 번갈아 출연한다. 30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 (02)515-040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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