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4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선보인 모바일 음성통화(mVoIP)'보이스톡'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공짜 통화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보이스톡 통화연결수는 사흘 만에 하루 2,000만 건까지 폭증했다.
그로부터 100일(11일)이 지난 지금 보이스톡의 이용건수는 100만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초창기에 비해 4%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보이스톡의 인기가 이처럼 급격히 식은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서비스 초기에 폭발적 반응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본다. 앞서 NHN의 '라인'이나 다음의 '마이피플'등도 mVoIP를 도입하고 있었지만 보이스톡은 이와 달리 당장 음성통화 시장을 집어삼킬 듯 했다는 것. 음성통화 수익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동통신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사흘 만에 서비스 차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통화실패도 증가했다.
실제로 보이스톡 이용자 가운데 40% 가 통화품질에 불만 때문에 이용을 중단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보이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호기심으로 몰려들었던 고객들이 급속히 이탈했다"며 "서비스의 특성상 한번 떠난 이용자의 발길을 다시 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7월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하며 사실상 통신사들이 mVoIP 이용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했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최소 5만원 이상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 한해 일정량의 mVoIP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mVoIP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지만 이 또한 요금제에 따라 이용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가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만이 한 달에 2~3시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통화 상대도 이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mVoIP가 활성화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무료전화의 꿈'을 무산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mVoIP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통신사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도 개편 등과 맞물려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mVoIP의 도입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에서는 mVoIP가 보편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신사와 마찰을 빚는 사례도 거의 없다. NHN 라인의 경우 일본의 KDDI 등 지역의 선두권 통신사들과 제휴를 맺고 음성 통화 서비스의 이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mVoIP는 메신저를 보조하는 일종의 음성채팅에 가깝다"며 "국내 업체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당국이 명확한 기준제시를 통해 교통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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