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00일 앞둔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안 원장 불출마 협박 의혹'을 놓고 다시 충돌했다. 지지율 1,2위의 양 진영은 서로를 겨냥해 '구태 정치'라고 날을 세우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새누리당 주요 인사들이 이날 일제히 안 원장을 겨냥해 '구태'라고 공격을 퍼부은 것은 대선 국면에서 '신ㆍ구 프레임'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원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안 원장으로서도 '박(朴) 대 안(安)' 맞대결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대선을 양자 대결로 몰아가는 효과를 거뒀고, 검증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시간 여유까지 얻게 됐다. 때문에 공방전에서 물러설 이유가 없다.
박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좀 더 주의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친구 사이의 전화통화를 너무 침소봉대해서 사찰이니 협박이니 공방을 벌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구끼리 한 이야기인데 이것을 갖고 이렇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좀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이것도 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대선과 관련해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 무시"라며 "안 원장의 경우 육체는 우파이면서 정신만 좌파가 아닌지 등에 대해 성역 없는 국민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안 원장 측 금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그런 일을 했을 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구태라고 볼 수 있느냐"면서 "불출마 협박을 한 게 구태이지, 문제 제기를 어떻게 구태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 그대로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고, 그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제 생각을 말한 것"이라면서 "새누리당 쪽에서 먼저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후보가 "(선거가) 네거티브 중심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그것을 네거티브 공방이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불출마 종용 협박 의혹은 새누리당이 밝힐 일"이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기대한다는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