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만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일부 목사들이 10일 박 후보에게 이번 대선의 재외동포 선거 때 교회 단체를 활용하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중립성을 유지해야 할 위치에 있는 종교 지도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언급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기독교 3개 단체와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등 종교 지도자들을 잇따라 예방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첫 예방 자리였던 한기총 목사들과의 자리에서 나왔다.
먼저 발언에 나선 이강평 목사는 "해외 (유권자) 표가 캐스팅보트"라며 "해외 투표를 할 때 지지자를 많이 만들도록 교회 연합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황성주 목사도 "재외동포들의 표가 이번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해외 이민은 기독교 중심이고 교회 중심의 이민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것을 유념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언급했다.
민감한 정치적 발언도 나왔다. 길자연 목사는 "기독교를 음해하는 세력이 많다. 없어질 단체는 없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뒤 "2003 ~2004년 연합회 회장을 했는데 7번 집회를 한 것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 같은 언급을 들은 뒤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런 발언들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일반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후보자에게 목사들이 일반적 얘기를 한 것은 선거운동이 아니다"라며 "이 발언만으로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들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종교계 지도자들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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