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대법원에서 결정이 난 사안조차 박 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한 것이므로 이는 '헌법의식의 결여'라고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몇 십년 전의 역사이기에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고 다양한 생각과 평가가 있는 만큼 역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유신과 관련해 아버지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셨다"면서 "그 말 속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ㆍ16에 대해서도 내가 그 당시 지도자였다면, 그런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과 판단을 했을지 등을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혁당과 유신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부정적인 면과 관련해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내부에서조차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박 후보는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각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정성호 대변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 후보가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회피 또는 부인하는 것은 헌법 의식의 부재를 반증하고 그가 과연 국가지도자로서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인혁당 부분 등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집중타를 날렸다. 문재인 후보 측 윤관석 대변인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으로 일삼을 것이라면 박 후보는 대통령 꿈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고 손학규 후보 측도 "박정희 독재시절의 철학에서 달라지지 않는 박 후보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정세균 후보 측도 "5ㆍ16 쿠데타와 유신은 4ㆍ19 민주 이념을 훼손시킨 쿠데타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 이념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지에서도 이날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놓고 하루종일 논쟁이 뜨겁게 일었다. 특히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박 후보와 반대 입장에 서는 답변을 한 것이 알려지자 상당수 네티즌들은 박 후보의 발언에 비판하는 글들을 띄우며 논란을 이어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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