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진 제5기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반중(反中)성향의 범민주파가 전체 의석 80석 중 27석을 차지했다. 정부 입법을 저지할 수 있는 3분의 1(24석) 이상을 유지한다는 최소 목표는 달성했지만, 국민교육 과목 도입 반대 시위로 반중 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치른 선거치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다. 투표율은 2008년 입법회 선거(45.2%)보다 8%포인트 상승한 53%로 잠정 집계됐다.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실시된 선거 중 최고치다.
10일 개표 결과 범민주파 정당들은 직선제로 선출되는 지역구 의석 35석 중 18석, 간선제인 직능대표 의석 30석 중 6석을 얻었다. 2010년 정치개혁안에 따라 올해 처음 시행된 직선제 직능대표 의석 5석 중에서는 3석을 확보했다. 재계 대표 등이 선출하는 간선제 직능대표와 달리 직선제 직능대표는 홍콩 유권자 전원이 투표해 입후보자(18명) 중 상위 5명을 뽑는 인기투표 방식이어서 투표 전부터 '슈퍼의원'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친중파 정당들이 43석을 차지했고, 이중 13석을 얻은 민주건항연맹이 제1당이 됐다. AP통신은 "유권자의 60%가 범민주파에 투표했지만 선거제도 탓에 친중파가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표심의 지표라 할 만한 슈퍼의원 선거에서 다수를 점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와 높은 투표율에 고무됐던 범민주파는 선거 결과에 당혹해 했다. 알버트 호 민주당 주석은 개표가 진행되던 10일 오전 "친중 행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범민주파 진영의 분열, 후보의 대중성 미흡으로 참패했다"과 사과한 뒤 주석직에서 사임했다.
자택 불법증축 의혹, 중국식 국민교육 도입 시도 등으로 7월 취임하자마자 궁지에 몰렸던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친중파의 의회 장악으로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제5기 입법회 의원의 4년 임기는 10월1일부터 시작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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