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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삼각주 신삼국지/ (상) 北·中·러 잇는 길목서 한국기업 '첫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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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삼각주 신삼국지/ (상) 北·中·러 잇는 길목서 한국기업 '첫삽'

입력
2012.09.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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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하류 삼각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는 이곳은 자원이 풍부하고 바다와도 접해있지만 그 동안 인접 국가들의 이해가 엇갈려 실질적 발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북중러 삼국이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면서 이전에는 없던 열기가 가득하다. 역사적으로도 한민족의 무대였고 앞으로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클 두만강 하류 삼각주의 변화를 상중하에 걸쳐 연재한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주도(州都) 옌지(延吉)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 30분 거리인 훈춘(琿春)시의 훈춘국제합작시범구. 중국 국무원이 4월 국가급개발구로 승인한 이곳은 면적이 90㎢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크다.

포스코(지분 80%)와 현대그룹(지분 20%)이 흙먼지가 날리고 거름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 허허벌판에서 10일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착공식을 가졌다. 훈춘국제합작시범구가 승인된 뒤 처음으로 기업이 들어와 첫 삽을 뜬 것이다. 50년간 1.5㎢(약 45만평)의 부지를 임차한 두 회사는 총사업비 2,000억원을 투자해 물류 창고와 컨테이너 야적장, 집배송시설, 철강가공시설, 교육훈련기관 등을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이곳을 선택한 것은 훈춘이 동북아의 새로운 물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은 지린성, 랴오닝(遼寧)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의 곡창지대에서 나는 연 3,600만톤의 먹을 거리를 공장이 집중돼 식량이 부족한 남쪽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북식남송(北食南送) 프로젝트’다.

김진학 옌볜한국인회장은 “지금까지는 북쪽의 식량을 남쪽으로 수송하는데 주로 철도를 이용했지만 물동량 증가로 철도가 포화상태인데다가 비용도 크게 올라 앞으로는 훈춘을 거쳐 북한의 나선이나 러시아를 통해 선박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헤이룽장상 하얼빈(哈爾賓)에서 상하이(上海)까지 철도를 이용할 경우 15일이 걸리지만 나진항을 통하면 4일이면 된다. 비용도 트럭은 톤당 1,500위안(약 27만원) 정도 들지만 선박은 그 3분의 1도 안 든다.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훈춘국제합작시범구를 서둘러 승인하고 이날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 착공식에 쑨정차이(孫政才) 지린성 서기와 장안순(張安順) 옌볜조선족자치주 서기 등을 참석시킨 이유다.

이 지역에 물류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미뤄 포스코와 현대그룹의 주요 취급 품목은 곡물과 수산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포스코는 중국 정부가 훈춘을 동북아 국제경제 교류 거점으로 개발하려는 정책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며 “시장 여건에 따라 3단계로 개발을 추진, 장기적으로 연 1,300만톤의 물동량을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훈춘은 북중러 삼국의 접경에 있다. 남쪽 70㎞ 지점에 북한의 나진항이, 동쪽 50㎞ 지점에 러시아의 포시에트항이 있다. 철광석과 석탄도 많이 난다.

현정은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축사에서 “훈춘은 중국 동북 3성의 관문인 동시에 러시아의 하산ㆍ자루비노, 북한의 나진ㆍ청진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라며 “오늘 행사가 10년 후 훈춘의 천지개벽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춘=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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