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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조선시대 관청 터, 표지판 위치 오류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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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조선시대 관청 터, 표지판 위치 오류 수두룩

입력
2012.09.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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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내려오는 길은 조선시대 육조(이ㆍ호ㆍ예ㆍ병ㆍ형ㆍ공) 관아를 비롯한 주요 관청이 늘어서 육조거리로 불리던 곳이다. 이 길에 2009년 만든 광화문광장과 주변에는 조선시대 관청 터를 알려주는 표지판과 표석이 여럿 설치돼 있는데, 위치가 틀린 게 많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대 문화재 연구가인 이순우(50)씨는 육조거리 공간의 근세 이후 변천사를 조명한 신간 (하늘재 발행)에서 이들 표지판과 표석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바닥에 박아 놓은 조선시대 관청 터 표지판 5개 중 한성부 터, 호조 터, 기로소 터는 제자리가 아니다. 현재 한성부 터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남단부, 호조 터는 미국 대사관 남단부, 기로소 터는 KT 광화문지사 북단부를 마주보는 자리에 표지판이 박혀 있으나, 모두 한 블록씩 남쪽으로 내려와 미국대사관 북단부, KT 북단부, 이순신 장군 동상 가까이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1885~86년 제작된 '수선전도(首善全圖)', 1908년 상반기 지도인 '광화문외제관아실측평면도'(光化門外諸官衙實測平面圖) 등 육조거리의 옛지도와 일제강점기에 나온 등 문헌을 검토해 이같이 주장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기로소 터다. 광화문광장의 표지판 외에 여기서 뚝 떨어진 광화문시민열린마당의 화단 가에도 벽돌로 쌓은 표석이 서 있다. 그러나 기로소는 조선시대 내내 한자리에 있었다. 이씨는 "기로소는 일제강점기 중반까지도 건물이 남아 있었고, 1910년대에 제작된 지적도에 '광화문통(지금의 세종로) 149번지와 150번지'라고 지번까지 나온다"며 "광화문광장에 있는 표지판은 위치를 조정하고 광화문시민열린광장의 표석은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바깥의 표석에도 오류가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씨는 광화문 네거리 동아일보사 앞에 있는 우포도청 터 표석과 종로2가 방향으로 광화문우체국 옆 건물인 한국무역보험공사 모퉁이의 한성재판소 터 표석을 꼽았다. 광화문우체국 자리에 있던 우포도청이 갑오개혁으로 폐지된 후 한성재판소가 우포도청 건물을 썼기 때문에, 두 표석은 한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서로 떨어진 채 둘 다 틀린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청운동 경복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농상아문터 표석도 엉뚱한 곳에 잘못 설치된 경우다. 이씨는 "이 일대에 있었던 궁내부 농상소를 농상아문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농상아문은 갑오개혁 때 설치돼 1907년 이전까지 내내 육조거리에 있던 관청으로, 농상부와는 다른 기구"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역사문화유적 표석은 현재 339개가 있다. 서울시가 설치하고 관리한다. 담당 부서인 서울시 문화재과는 "기존 표석에 오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료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선 독립운동 관련 표석부터 점검에 들어가 만해 한용운의 자취가 깃든 유심사 터, 소설 '상록수'의 작가인 심훈의 집 터 등 5곳의 표석을 이달 안에 위치를 조정하거나 설명문을 수정할 계획이다. 표석을 좀더 보기 좋게 만들고 장소에 맞게 설치하기 위한 디자인 개선 작업도 내년에 시작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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