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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와 지하철 개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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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와 지하철 개똥녀

입력
2012.09.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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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다. 문재인이 뜰만 하면 안철수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문재인으로서는 억장이 막힐 일이다. 연초에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웃통 벗고 복근을 자랑하며 격파시범을 보이다가 손까지 다쳤다. 그 덕분에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드디어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박근혜를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안철수재단 설립설명회를 열자 그 지지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4·11 총선에서 낙동강벨트를 치고 죽기 살기로 고군분투했다. 덕분에 민주통합당은 부산·경남에서 40%에 육박하는 득표를 했다. 문재인을 앞세운 친노들은 여세를 몰아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차례로 차지하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안정적 지지기반을 굳히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안철수다. 을 출간하고 힐링캠프에 출연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눈길은 안철수에게로 옮겨갔다.

초유의 정치실험인 오픈프라이머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경선 중간에 비문(非文)주자들이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뚝심으로 밀고나간 덕에 문재인은 연승을 거듭했다. 드디어 승패의 분수령 광주·전남에서 호남은 문재인을 선택했고 문재인대세론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안철수가 찬물을 끼얹었다. 안철수 쪽 금태섭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종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말이다.

대선 100일을 앞두고 또다시 정국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철수가 터뜨린 연막탄의 연무(煙霧) 속에 갇혔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역대 대선에서 이처럼 한 사람의 힘이 막강한 적이 없었다. 본인은 지난 1년 동안 출마의 '출'자도 꺼낸 적이 없다. 단지 사회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대선정국은 안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춤을 춘다.

상황이 이렇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안철수의 전략적 애매모호함에 있다. 실제 겁이 많고 검증이 두려워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비용과 희생으로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원모심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철수의 우유부단함이 유권자들의 눈에는 신중함과 사려 깊은 고뇌로 투영되고 그것이 기대와 지지로 연결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대선의 중심인물로 우뚝 선 데는 야권 내부의 각자 이익과 계산이 다른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문재인은 대선에 출마하기도 전에 안철수와 공동정부론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은 자기들 경선을 안철수와의 결승전에 나설 대표를 선출하는 지역예선전으로 평가절하 시켰다. 장외의 야권원로들은 박근혜를 잡을 수만 있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면서 안철수를 비호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제는 안철수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종속변수로 전락했다.

2005년 '지하철 개똥녀' 사건으로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인터넷에서 신상털기에 들어간 것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개똥녀의 진면목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제는 누구도 자신의 살아온 흔적을 감출 수 없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자신에게 제기되는 각종 검증의 시험대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왔다. 때로는 지금도 마음의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고개도 숙이고(최태원 구명운동) 또 때로는 단란한 것이 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언론에 잘못을 돌리기도(룸살롱 출입 의혹) 했다.

이번에는 '뇌물과 여자'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안철수 쪽에서는 의혹이 어떤 경로를 통해 나왔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만약 그런 의혹들이 거대한 권력에 의해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의 불법사찰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그 배후를 찾아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대통령에 나가는 사람이라면 일단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본인의 입으로 국민들에게 대답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국민의 몫이고 안철수는 성실하게 답변하면 된다. 그것이 '인사 청문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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