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죠. 그런데 이 분들도 얼마나 더 사실지 몰라 제 마음이 급합니다."
1950년 한국전 발발 당시 유엔의 요청에 맨 처음 참전 의사를 밝힌 나라, 인구(당시 200만)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파견자(6,000명)를 기록한 나라가 뉴질랜드다. 그래서 한국전 참전 16개국 중에서도 뉴질랜드는 혈맹 중의 혈맹으로 꼽힌다. 이 중 생존해 있는 800여명의 참전용사와 의료진 등 한국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들의 수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온다.
김운대(61) 뉴질랜드 월드TV리미티드(WTV) 사장은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 차원에서도 뉴질랜드에 사의를 표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일을 찾다가 이들의 수필집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필집은 한국-뉴질랜드문화원이 발간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인쇄될 예정이다. 이를 한국에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의 이런 아이디어는 정전 60주년이 되는 내년에 맞춰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그들의 글도 글이지만 풍성한 수필집을 만들기 위해 참전 용사들이 소장한 물품, 사진 등을 지난해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뉴질랜드참전용사회 회보를 통해 수필과 사진 등 각종 전쟁의 흔적을 수집한다는 광고를 내자 뉴질랜드 각지에서 30여명이 글을 보내왔다. 북한 삐라와 화폐,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뉴질랜드를 떠나는 용사들을 환송하는 영상 등 미공개 자료들이 다수 수집됐다.
이 과정에서 올린 가장 큰 소득은 컬러사진이 귀하던 당시 한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슬라이드. "뉴질랜드 북섬의 네이피어에 거주하는 모리스 먼로(83) 씨가 컬러 슬라이드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핸들을 잡고 6시간을 달려갔죠. 300컷 이상이나 됐고, 보존상태가 아주 좋았습니다." 뉴질랜드군의 진지와 사열 모습, 병사들의 망중한, 한국의 장터, 독립문과 서울역 등 서울 시가지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김 사장은 먼로씨가 경기 동두천과 파주에서 포병으로 근무할 당시 찍은 사진으로 추측했다.
기대 이상의 자료들이 답지하자 그는 수집한 사진들로 내년에 '정전 60주년 사진전'계획까지 잡았다. 그는 "내년 5월 28일부터 20일 동안 오클랜드 아트스테이션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 생각"이라며 "오클랜드 전시를 마치면 한국을 포함해서 미국, 호주 등지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77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전국을 돌며 라디오와 TV에서 뉴스를 진행하다 93년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조용함이 너무 좋았지만 1년쯤 지나자 불안이 엄습했죠." 배운 도둑질이 방송이라고 결국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WTV는 뉴질랜드 위성방송인 스카이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아 24시간 방송하고 있으며, 김 사장은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 방송 중 한국어 방송을 맡고 있다.
가요 '강남 스타일'이 뉴질랜드에도 상륙하는 등 한류바람으로 한인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까지 한국어 방송을 즐기면서 더욱 분주해졌다는 그는 이번 일로 한-뉴질랜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랐다. "재외동포들의 이런 노력이 뉴질랜드에 대한 보은이지만 이를 통해 오히려 이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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