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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 가을날 오동잎 따라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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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 가을날 오동잎 따라 지다

입력
2012.09.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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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잎', '가을비 우산속' 등 불멸의 히트곡으로 1970~80년대 가요계를 평정했던 가수 최헌씨가 10일 새벽 2시15분 서울 화양동 건국대 병원에서 식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4세.

고인은 지난해 6월 식도암 진단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는 최근까지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완쾌하면 다시 무대에 서겠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함북 성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대광고 3학년 때부터 밴드를 만들어 음악에 심취했다. 명지대 경영학과 재학 중엔 미8군 무대를 시작으로 '챠밍가이스' 등 밴드 멤버로 활동했다. 대학 3학년 때 당시 국내 최고 인기그룹인 '히식스(He6)'에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합류, '초원의 빛'을 히트시키며 70년대 그룹사운드 붐을 이끌었다.

77년 솔로로 독립해 발표한 '세월', '앵두', '구름나그네' 등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79년에는 그의 히트곡 이름을 따 영화로 만든 석래명 감독의 '가을비 우산 속에'가 큰 인기를 얻었고, , 서울 종로 단성사 극장에서 최초의 리사이틀을 한 가수 기록도 남겼다.

81년 결혼 후 연예인 생활이 싫어 한때 퇴계로에서 오디오 대리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3년 만에 그룹 '불나비'를 결성, 번안곡 '카사블랭카'로 컴백했다. 2000년대에도 '돈아 돈아'(2003), '이별 뒤에 남겨진 나'(2006), '울다 웃는 인생'(2009) 등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고인은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와 매력적인 외모 덕분에 70년대 '로맨스 가이'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78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가수왕, 같은 해 TBC(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로 KBS에 합병된 동양방송) '방송가요대상' 최고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태진아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고인의 팬이었는데 별세 소식에 너무 슬퍼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파워풀하면서도 촉촉하게 젖어 드는 최헌 만의 감성적인 창법은 대중의 심금을 울렸고, 이후 많은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면서 "특히 삶에 있어서도 락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았고 각종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아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평가했다.

빈소에는 이날 하루 종일 가요계 선후배와 올드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배영혜씨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인 남매(딸 서윤, 아들 호준씨)가 있다. 발인은 12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 (02)2030-7902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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