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11주년에 맞춰 11일 개관 예정이었던 9ㆍ11 박물관 건립이 표류하고 있다고 9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운영비 부담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때문이다.
10억달러가 투입되는 박물관은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선다. 박물관에는 2001년 테러 당시 기록과 3,000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의 모습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9ㆍ11 추모공원과 박물관을 운영하고 추모행사를 관장하는 9ㆍ11재단의 책임자는 블룸버그 시장이다. 반면 박물관이 들어서는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뉴욕ㆍ뉴저지항만청에 대한 관할권은 쿠오모 주지사가 갖고 있다.
양측이 갈등을 겪으면서 박물관 건립 기금 마련 행사와 공사는 1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9월 이후 항만청은 재단이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사를 중단했다. 재단은 공사 지연 책임으로 항만청이 1억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올해 4월 재단이 7,500만달러를 추가 투입한다는 데 양측은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쿠오모가 매년 6,000만달러로 예상되는 박물관 운영비를 재단이 부담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 협상은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또 모든 합의에 항만청에 대한 공동 관할권을 갖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서명이 필요한 것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는 배경에는 블룸버그과 쿠오모 사이의 경쟁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소속인 블룸버그와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는 재정지출 감소 지지, 동성결혼 찬성 등 많은 부분에서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야심이 커 사사건건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쿠오모가 블룸버그가 주최하는 행사에 주 공무원의 참석을 막은 일도 있었다. NYT는 박물관 개관 지연은 둘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물관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완공에는 1년 정도가 걸리고 내부에 전시물을 설치하는 데도 2, 3개월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때문에 NYT는 104층 높이의 WTC1 건물이 완공되는 2014년 초까지 박물관이 문을 열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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