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두 살배기 조카랑 엘리베이터에 타 5층 버튼을 누르는데 문이 닫히기 전 어떤 아줌마가 뛰어 들어와 4층 버튼을 누르는 거였다. 아, 아랫집 사시는구나, 하고 인사를 하려는데 내 팔뚝을 슬쩍 꼬집는 엄마. 가만 보니 이 아줌마, 안면을 틀 의지가 전혀 없어보였다.
오가다 본 아는 얼굴이면 절로 어색한 미소라도 지어질 만한데 이 아줌마, 꼿꼿하게 문을 향해 고개 쳐든 폼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뭐 이러자는 시추에이션 같았다. 4층에 이르러 아줌마가 내리려는 찰나 그럼 들어가세요, 라고 머리 숙여 인사하는 엄마… 버럭 성질을 내니 아침저녁으로 방방 뛰는 조카 때문에 시끄럽다고 몇 번이나 경비실로 전화를 건 주부라나.
생각을 해보니 조카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역시 윗집 사람들 발소리에 예민한 가족들이긴 했다. 애들 있는 집이 다 그렇지요, 라고 하기에 쿵쿵 쉴 새 없이 찍어대는 망치질 소리 같은 발소리는 정신을 꽤나 사납게 만들었으니까.
마감 때나 아플 때는 극도로 그 울림에 짜증이 나서 물걸레 대를 들어 천장을 쿡쿡 치기도 했던 내가 아니던가. 아줌마의 방문에 주눅이 든 조카가 눈치껏 뛰다 멈추곤 하는 것이 안쓰러워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다. 층간 소음방지용 매트가 천차만별의 가격을 자랑하며 소개되어 있었다. 쿠션이 6단으로 이뤄져 특허까지 받았다고 한 알록달록한 매트에 눈이 갔다. 그러게, 귀농을 괜히들 하겠냐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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