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문인의 축제 제78차 국제펜대회가 10일 경주에서 막을 올렸다.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해외 86개국 대표 211 명과 국내 문인 56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는 1970년, 1988년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열리지만, 민간주도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롤스톤 소울 국제펜 회장은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지금의 디지털 세계는 문학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표현의 자유가 발휘되는 방식을 좌우한다"며 "(78차 펜대회에서는) 디지털 세계의 윤리적 기준을 찾고, 정치적 압력을 받거나 사용 인구가 적은 언어권 작가를 지원하는 방법을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회식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월레 소잉카(1986년)와 르 클레지오(2008년)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월레 소잉카는 '마법의 등불'이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작가라는 직업과 창조성이 대단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창조성은 구속의 반대말이다. 권력은 구속을 좋아하지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성은 종교적, 세속적 권력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고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르 클레지오 역시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이다'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미디어의 간략하고 순간적인 정보와는 달리 문학은 시대와 문화를 연결하고 인간의 삶보다 오래 지속하는 것을 창조한다"고 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소잉카는 1960년대 후반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2년간 투옥한 경험이 있다.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소잉카는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 내가 가진 신념이 확고해졌다"며 "글을 쓰는 자유, 읽을 자유, 검열의 다양한 형태를 논의 할 때"라고 이번 대회 의미를 말했다.
이번 대회는 데이비드 매켄 미국 하버드대 한국문학과 교수를 포함한 해외 문인들과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국내에서 이어령 고은 김후란 이근배 이문열 씨 등이 대거 참가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탈북 문인 20여명으로 구성된 '망명북한펜센터'가 144번째 회원으로 공식 가입할 예정이다. 도명학ㆍ김영순 등 탈북 작가들은 11일 포럼 발제자로 나서 북한에서의 창작 실태를 밝히고, 14일 폐회 총회에서 가입안이 표결될 예정이다.
경주=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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