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활력대책의 핵심은 부동산 거래세와 승용차 개별소비세의 감면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균형재정 목표 달성을 누차 천명한 터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세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감세 적용기간이 한시적인데다 '땜빵'식 대책이 많아 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더구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조기 환급하겠다는 것은 '13월의 보너스'인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추가 투입키로 한 재정지원 규모는 올해 4조6,000억원, 내년 1조3,000억원 등 총 5조9,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6월 말 내놓았던 8조5,000억원의 재정지원 계획까지 합치면 올해에만 13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취득하면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세금(양도소득세)을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취득세는 연말까지 50% 추가 감면해 9억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원 초과는 4%에서 2%로 인하한다. LH에 분양대금을 미납한 계약자의 연체이자율도 0.5~1%포인트 내린다. 양도세·취득세(잔금납입일 기준) 감면은 국회 상임위 통과일 이후 취득분에 적용하고 연체율 인하는 9월 중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도입했던 자동차의 개별소비세율 인하도 다시 추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승용차 개소세의 경우 2,000cc 이하는 5%에서 3.5%로, 2,000cc 초과는 8%에서 6.5%로 각각 낮아진다. 대형차일수록 감면액이 커지는 구조다. 대용량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TV의 개소세도 5%에서 3.5%로 인하된다.
정부는 또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을 조기 환급키로 하고, 원천징수세액도 평균 10% 정도 줄이는 선에서 간이세액표를 조정할 방침이다. 연말정산 때 간이세액표를 기준으로 더 많이 낸 부분을 나중에 돌려주는 점을 감안, 간이세액표를 현실화 해 애초부터 적게 걷겠다는 뜻이다. 예컨대 간이세액표가 개정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5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지금보다 매달 2만8,470원(11%) 가량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정부는 당장 이달 급여분부터 적용하는 한편, 이미 징수된 올해 1~8월 분은 이달이나 10월 중 돌려주기로 했다.
정부는 추가 재정투입 배경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수출입 급감 및 내수 부진 등 실물경제에 위기가 온 만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의 경기 진작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과 관련,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감면은 무의미하다"며 "취득세 인하는 거래 활성화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이 정도 대책 가지고 주택시장이 살아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 역시 "거래 숨통을 트이는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세 적용기간이 너무 짧아 폭발력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간간히 있던 주택거래마저 감면 혜택이 확정될 때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와 대용량 가전제품의 개별소비세율을 깎아 주는 것과 관련해서도 특정 업종을 영위하는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에다, 가전제품의 경우 개소세 부과액이 미미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말이면 불황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소식에 신규 수요 창출이 일어날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원천징수 소득세의 조기 환급 조치 역시 내년 초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될 금액을 미리 당겨주는 것이어서 조삼모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장 가처분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국민들이 장기 불황으로 지갑을 꼭 닫은 상태여서 소비 증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소득세 조기 환급금(1조5,000억원)만큼 재정수지만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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