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8월 29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분류 변경(재분류)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였다. 지난 6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바꾸기로 한 것을 다시 현행 유지로 결정함에 따라 사후피임약 전문의약품 결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후피임약이란, 호르몬의 일종인 레보노르게스텔이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을 방해하여 임신을 회피하는 약이다. 사후피임약은 일정시간 내에 복용하면 성공할 확률이 아주 높고 복용 방법이 편리하나, 경구 피임약보다 농도가 4~6배나 되는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오심이나 구토 등의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 편리함과 위험함이라는 두 가지 칼날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경제정의실천연합, 여성민우회,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라며 졸속행정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 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에 반대하는 종교단체, 의료계, 낙태반대운동연합, 생명윤리학회 측에서는 '여성의 건강을 해친다' '무책임한 성관계를 조장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나는 다음과 이유로 '사후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에 찬성한다. 우선,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이루어지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 등 불법시술을 막을 수 있다. 사전 피임을 하지 못해 원치 않는 임신이 된 경우, 모자보건법과 형법상 허용되지 않는 낙태수술을 받거나, 입양을 보내거나, 심한 경우 유기를 하기도 한다. 낙태수술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입양은 우리나라에 '아이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낳게 하였다. 또한 지하철 화장실 등의 영아 유기는 사회에 큰 파장까지 일으켰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이루어지면 편의성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현재 사후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진단서를 뗀 뒤 약을 조제해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 정부는 사후피임약의 경우 야간진료기관이나 응급실에서 심야나 휴일에 원내조제가 가능하고 보건소에서 진료 후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 경우 본인이 전액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또 야간에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더욱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미지수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피임률이 감소하기 때문에 높은 접근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과 접근성을 고려하여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보험 급여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특히 산부인과 접근성이 어려운 청소년과 미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이는 꼭 필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사후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면 높은 여성호르몬의 함량으로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S대 산부인과 김○○교수와 I대 산부인과 정○○교수에 의하면 이것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약사들의 철저한 복약지도가 이뤄진다면 큰 부작용은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무분별한 성관계 조장' 등의 의식 문제는 피임과 성의식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캠페인 등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시급한 가운데, 피임약 분류 기준을 변경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국민들에게 혼란만 남긴 채 무산되어 안타깝다. 이제 피임약 재분류는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남은 보류기간 동안 각 단체의 의견을 잘 듣고, 심사숙고하여 3년 후에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정책이 잘 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 이문고 1학년 임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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