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선취점이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끼리 대결하는 '빅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팀은 사사구를 얻고 다음 타자의 희생번트에 이은 내야땅볼로 2사 주자 3루인 상황에서 상대팀 에이스가 얼떨결에 폭투를 범해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이게 유일한 득점이 된 채 두 에이스의 완투로 경기가 끝난다. 홈런과 연속안타는 없지만 조직력과 작전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승리를 쟁취하는 '스몰볼'의 묘미는 이런 경기에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팀 투수가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스몰볼만 추구할 경우 그 팀은 팬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무사 만루에 4번 타자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하는 팀이라면 이겨도 많은 팬들은 실망하게 된다. 게다가 스몰볼 작전만 고집한다면 상대팀이 미리 대응해 실패확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과감한 공격야구, 이른바 빅볼도 적절히 구사해야 성적도 좋다는 사실은 실제 프로야구에서 증명된다.
야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야구팬으로 유명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내놓는 경기부양책이 스몰볼 일색이기 때문이다. 10일 부동산 경기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제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그간 스몰볼이란 이름으로 두 차례 기업투자활성화,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더뎠다"고 말했다. 정책시행 후 부동산시장이 회복은커녕 더욱 침체됐고, 기업의 투자, 청년실업, 수출실적 등 어느 하나 호전되지 않았다.
최근 스몰볼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찔끔찔끔' 나오는 정책들에 대해 국민들은 이것이 최종 정책이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더 내놓을 텐데 굳이 지금 움직일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이다.
이날 추가로 5조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며 내놓은 대책도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을 뒤집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3개월에 불과한 부동산 취득세, 양도소득세 감면은 진통제 약효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다. 잠시 활성화되더라도 감세 혜택 등이 없어지는 내년에 다시 나빠질 경우 대안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단지 현 정부 임기만 버티자는 생각에 연신 '번트'만 대고 있는 것이라면, 현재 경기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더 내놓을 것이 없다는 단호한 각오로 과감한 카드를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해도 얼어붙은 경제심리가 풀릴지 의문인데, 지금 정책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1점 따라붙으려 스퀴즈 번트를 대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대혁 경제부 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