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 달째 긴장관계에 있었던 이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모처럼 만났다.
두 정상은 최근 양국의 갈등 관계를 의식한 듯 공식 회담을 갖지 않고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4,5분 선 채로 대화를 나누는 비공식 회동(Pull aside meeting)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때문에 이날 회동이 한일 관계 복원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악화된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자는 화해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노다 총리의 비판 서한 등으로 두 정상 간 쌓인 앙금이 단기간에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회의장을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노다 총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의가 시작될 때는 악수와 함께 간단히 인사만 나눴다. 청와대 측은 "노다 총리와의 만남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고 회의장에서 우연히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APEC 회의 기간 중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며 외교전을 벌였다. 이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정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 등과 만나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세계 경제 위기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반면 노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을 가진 뒤 자국 취재진과 만나 쿠릴 4개섬 반환 교섭에 대해 언급하는 등 대체로 영토 문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을 접견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미 관계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양국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민생 문제를 모두 중시하고 있고 비핵화와 개혁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김정은 체제의 움직임에 대해 "비핵화 없는 개혁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8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러 가스관 사업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이 남·북·러 가스관과 철도, 송전관 사업 등 극동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긴요하다"며 "북한이 어느 시점에 가면 결심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이 시작되기 전 회의장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반가운 표정을 짓자 후 주석이 이 대통령을 포옹하는 등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중국 윈난성(雲南省)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교환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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