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내의 일본 전문가를 청와대로 초청해 자신의 독도 방문과 일왕 과거사 사과 요구 발언과 등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는 사실이 9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일 외교 기조 변화에 따른 일관성 결여와 전략 부재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 대일 강경책을 밀어붙인 지 한 달 만에 스스로 거둬들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왔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일 이 대통령과 일본 전문가들의 만남을 소개한 일본 언론들의 보도 내용 중 일왕 사과 요구 발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 "일본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일왕이 방한해 한마디 해야 (과거사 문제가) 훨씬 쉽게 해결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독도 방문(10일) 직후인 14일 '학교폭력 책임교사 워크숍'에 참석,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일본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에 항의하는 친서를 보낸 뒤 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그 내용을 공개했고, 우리 정부는 이 친서를 반환하는 등 양국의 갈등은 감정적인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일본 전문가들과의 만남에서도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한 일본의 철회 주문에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독도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소란스럽게 자극하지 않는 편이 낫다"며 지난 7일 독도 방어 훈련에서 해병대의 독도 상륙 훈련이 중지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선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직접 해명에 대해 대일 정책이 강경에서 유화로 바뀌는 기조 변화의 징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통령은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노다 총리와 비공식 회동을 갖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양국 외교장관도 8일 공식 만찬장에서 5분 가량 만나 양국 간 상황의 조기 진정 방안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화해 무드엔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를 별도로 만나 양국의 절제를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휴전 모드'에 들어갔지만 갈등은 언제든지 재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를 추진하고 국제 무대에서의 홍보전도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그 동안 이 대통령과 정부의 대일 정책을 보면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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