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으나 취업자수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만명이나 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과 상관없이 매달 40만개 이상 일자리가 증가해 온 것이다. 보통 일자리는 경제성장과 궤도를 함께 하기에 정부조차 명확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해 '고용 미스터리'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은 9일 공개한 '최근 고용과 경기상황의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보고서에서 "불황 장기화로 그 동안 일자리에 참여하지 않던 주부 고령층 등 고용 취약계층이 생계를 위해 일자리 찾기에 나서면서 단기근로나 영세자영업자 등 불완전 취업 부문이 급성장하게 된 것"이라 분석했다. 결국 불경기 장기화와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부족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이 불일치 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일자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불황 속 일자리 증가'는 되려 우리 경제 위기의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이후 하락했음에도 올해 2분기 취업자수가 전년동기대비 1.8%(43만1,000명)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경제성장률 1%포인트당 일자리 창출능력은 2000년대 초반 10만개 수준에서 2005년경부터 6만∼7만개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 경제는 3%성장도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매달 40만개씩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며 "각종 경제지표와 고용지표가 서로 맞지 않아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을 설명할 모델을 찾으려면 좀 더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도소매 등 경제성장에 따른 정상적인 일자리인 창출은 20만명에 그친 반면 나머지 23만명 이상은 여성이나 중ㆍ고령층 등이 자녀 교육비,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등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 찾기에 나서면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60'세대의 일자리는 복지관련 일자리의 증가로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50대 취업자는 7월 53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5,000명이 늘어났다. 60세 이상도 25만1,000명 늘었다. 반면 한창 일해야 할 20~40대(20~29세)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자영업자도 1년 전보다 19만6,000명 늘어 2002년 4월(22만명)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함께 기업들이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규직 채용대신 단시간 근로자, 비정규직 채용의 비중을 높이자 구직을 포기한 채 반강제적으로 소규모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자영업자 증가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일자리는 질적인 면에선 떨어지는데다, 자칫 금융권의 부실 뇌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에 몰려 있어 자영업 부실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창업 성공이 어려운 만큼 시간제 근로제 확대 등 전체 고용을 늘리는 잡 쉐어링 제도가 정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연구위원은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근로,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불완전취업 부문에서 생겨났다"며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상황과 무관한 취업자 수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사회보험 적용 확대, 적합한 일자리의 발굴과 주선, 취업교육 강화 등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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