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吳越同舟). 적이 한 배를 탔다는 고사성어이지요. 요즘 KT와 CJ의 관계가 딱 그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KT는 국내 최대 통신그룹이고, CJ는 국내 최대 방송콘텐츠그룹이지요. 그렇다 보니 일정 부분에선 협력, 일정 부분에선 경쟁과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첫 시작은 협력이었습니다. CJ가 올 초 저가이동통신인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에 뛰어 들면서 KT의 망을 빌려 쓰게 된 것이었죠. CJ는 케이블TV 계열사인 CJ 헬로비전을 통해 현재 MVNO사업을 야심 차게 벌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CJ헬로비전이 지난 3일부터 4세대 이동통신인 LTE를 MVNO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요금이 다른 대형이동통신사의 LTE와 똑같습니다. MVNO는 이미 깔려 있는 통신망을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값이 싸야 정상이고 또 그게 경쟁력인데, 똑 같은 요금을 받는다면 누가 가입을 하겠습니까.
CJ측은 그 이유에 대해 "KT가 통신망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아서"라고 말하고 있고, KT는 "아직 LTE 망을 투자하는 단계여서 임대료를 깎아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요.
물론 틀린 얘긴 아닙니다. KT가 다른 이동통신사보다 LTE 망 구축이 늦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접시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를 둘러싼 갈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KT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DCS는 접시안테나 대신 인터넷선으로 방송을 보내줍니다. 아파트미관을 해치는 접시안테나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용자들은 편하지만, 케이블TV측은 가입자를 빼앗길까봐 강하게 반대했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해 가입자모집 중지권고를 내리는 선에서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잠복된 상태입니다. 결국 케이블TV업체인 CJ헬로비전과 불편한 관계가 KT의 LTE 망 임대료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그렇다고 양사의 관계가 결별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KT의 인터넷방송(IPTV)과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에선 CJ쪽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상당합니다. 서로 협력과 갈등, 갑과 을의 관계가 뒤섞여 있는 것이지요.
어쨌든 통신사와 콘텐츠회사의 협력과 갈등. 이 또한 융합시대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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