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 개막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는 기업들의 채용설명회에 '형식파괴'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 강당에 구직자들을 모아놓고 모집요강을 전달하던 밋밋한 강연을 벗어나, 함께 공연을 즐기며 회사의 가치를 보여주는 소통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선 특이한 컨셉의 CJ그룹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 이름도 독특하게 'CJ 컬처 레시피(Culture Recipe)'라 붙여 졌다. 문화기업을 지향하는 CJ그룹이 지원자들에게 'CJ에 입사하면 문화를 만드는 비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이름을 정했다고 회사관계자는 전했다.
설명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CJ일색이었다. CJ계열 M넷이 주최한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오브코리아' 우승자인 가수 손승연의 공연으로 시작돼, CJ에서 만드는 식음료들이 제공됐고, 각 계열사 직원들이 '멘토'로 나와 1대일 상담식 설명이 이어졌다. CJ는 올 상반기에도 '힐링시티'란 독특한 컨셉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하루 전인 지난 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선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가수들의 신곡 발표회처럼 '쇼 케이스'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레이저 쇼와 모바일 생중계까지 동원됐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탓에 행사 두 달 전부터 외부 자문을 받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은 TV프로그램 '힐링캠프' 컨셉을 도입, '꿈을 나누는 소풍'이란 주제로 국립 수목원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취업경쟁에 지친 구직자들에게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선배들과 편하게 이야기 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 페이스북을 통해 '도전' '열정'이란 단어로 이행시를 공모한 뒤, 참가자를 선발했다.
SK그룹은 오는 12일부터 홍대 상상마당에서 '블라인드 프리젠테이션'을 갖는다. 스펙은 보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 보겠다는 뜻에서다. 기아차는 최신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데이'를 통해 취업설명회를 갖는다.
각 기업들은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의 특성을 감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접촉폭도 넓혔는데, 이노션과 CJ그룹은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행사영상을 공개함으로써 미처 참여하지 못한 지원자들을 배려했다.
기업들이 이색 채용설명회를 도입하는 건 단지 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CJ 관계자는 "과거 강당 설명회에선 일방적 전달만 있었지 소통은 없었다. 단순히 스펙 좋은 사람보다는 회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한 만큼 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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