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의 거물이자 프랑스 최고 갑부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벨기에로 귀화를 신청,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부자 증세안이 귀화 신청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벨기에 신문 라 리브르벨지크는 아르노 LVMH 회장이 벨기에 귀화위원회에 귀화를 신청했다고 벨기에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조르주 달마뉴 귀화위원장은 "아르노 회장이 지난달 말 귀화신청을 했다"며 "다른 귀화 신청자들의 서류와 동일하게 처리될 것이며 귀화 절차는 빨라도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VMH는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찬디오르, 지방시, 돔페리뇽 샴페인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60여 개를 거느린 거대 기업이다.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410억달러(46조원)로 프랑스 최고 부자이자 세계 부자 서열 4위에 올라 있다.
그의 귀화 신청 소식은 프랑스 정부가 부자 증세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와 주목된다. 좌파 성향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7일 연소득 100만유로(14억5,0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 75%의 소득세를 물리는 법안을 2013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프랑스 부유층의 해외 이탈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았으나 대선 전부터 이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올랑드 정부는 이날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논란이 커지자 LVMH는 "세금 때문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아르노 회장이 귀화를 신청한 것이 맞다"고 확인한 뒤 "그러나 프랑스와 벨기에 이중국적을 취득할 방침이며 앞으로도 프랑스에 꼬박꼬박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선 "(회장의) 개인적인 투자를 위한 것"이라며 "LVMH의 발전 및 국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회장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탈출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전임 우파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아르노 회장은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도 미국으로 건너가 3년 간 거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 1위 부자의 귀화 신청으로 올랑드의 부자 증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프랑수아 피용은 "멍청한 결정에는 이렇듯 곤란한 결과가 따른다"며 "정부의 세금정책으로 인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국적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국적이 아니라 거주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프랑스 세법을 이유로 "아르노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세금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르노 회장의 귀화 신청은 세금 회피 목적 보다는 정부 증세안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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