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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야구 '안방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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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야구 '안방 참사'

입력
2012.09.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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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6위 콜롬비아한테도 밀렸다. 지난달 31일부터 서울의 잠실과 목동구장에서 열렸던 제 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세계 3위)은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1982년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졸전 끝에 콜롬비아, 대만, 일본에 잇따라 무너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캐나다를 6-2로 꺾은 미국이 우승을 차지했고 대만과 콜롬비아가 3, 4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안일한 대회 준비로 예고된 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회 기간 내내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은 수준 이하였다. 고교 3학년이 5명 밖에 되지 않았고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2학년이었다고 하지만 2008년 캐나다(에드먼튼) 대회 이후 4년 만에 우승하겠다던 공언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정훈 청소년대표팀감독의 무리한 작전을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해 주루사, 본헤드 플레이가 이어졌다. 한 일본 기자는 "(한국은) 주자가 나가면 무조건 치고 달리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대 팀에서 수를 읽고 있는 듯 했다"고 꼬집었다.

프로팀 스카우트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나 프로야구를 많이 봐서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따라 하다 보니 경기력은 수준 이하였다"고 쓴 소리를 했다. 또 "이 감독이 (최근 감독 선임을 의식한 듯)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대한야구협회의 운영미숙도 한몫 했다. 우천으로 경기 취소가 잦아지면서 예선 일부 경기가 조직위에 의해 임의로 취소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최하위권이긴 하지만 네덜란드는 한국과의 1경기를 끝내 치르지도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이는 대만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결선 라운드 한일전이 흥행을 위해 오후 6시에 열렸던 것도 홈팀의 이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판단 착오였다. 이 감독은 "강속구 투수가 나오는 일본을 상대로 고교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은 야간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리하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 타자들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일본 괴물 선발 후지나미 신타로의 빠른 직구에 힘을 쓰지 못하고 2-4로 패했다.

협회가 예상했던 '한일전 카드'는 흥행 면에서도 철저하게 외면 당해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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