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저 죽을 각오로 뛰었어요."
여자부 풀 코스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순연(39ㆍ사진)씨는 올해로 마라톤 입문 4년째인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대구의 평범한 주부이다. 2008년 건강관리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정씨가 이날 국내 최고의 마즈터즈 대회에서'대형사고'를 칠 줄은 정씨 가족을 포함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대회 8연패 도전자 등 어느 해보다 여자부에 '다크호스'들이 많았기에 이날 정씨의 우승은 더욱 빛났다.
정씨는 대회 초반부터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 개인최고 기록(2시간49분06초)을 달성,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상위권 입상보다 완주를 목표로 출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며 "초반부터 공격적인 레이스 전략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철원평야가 펼쳐지는 2㎞지점부터 페이스를 올려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40㎞정도를 독주했다. 경사가 완만한 코스를 염두에 둔 레이스 전략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치밀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초반 오버페이스로 30㎞ 지점에서 기권했던 2010년과 컨디션 난조로 불참했던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지구력과 스피드 향상을 위해 대회 한 달을 앞두고 400㎞를 달리는 강행군을 통해 투지를 불태웠다. 정씨는 "내년에도 꼭 참가해 2시간45분대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족이 있는 대구로 돌아가면 그 동안 소홀했던 엄마와 아내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철원=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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