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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4> 최원식 고려대 교수→ 박규환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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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24> 최원식 고려대 교수→ 박규환 고려대 교수

입력
2012.09.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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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헌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부 교수가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고 추천한 최원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번엔 '교수의 교수'라면서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박규환(54)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를 처음 알 게 된 것은 그의 논문을 통해서였다. 10년 전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 박 교수가 낸 논문을 수 차례 읽었던 적이 있다. 2009년 고려대로 부임한다는 소식을 알렸더니 지도교수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박규환 교수와 많이 이야기 나누고 해라. 배울 수 있는 점이 많고, 연구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거다."

지도교수의 말처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실험을 위주로 하다 보니 기존 이론에서 어긋나는 실험값이 나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턱턱 막힌다. 그때마다 난 박 교수를 찾는다. 올해 7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의 자매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에 빛에너지를 피부 속 깊은 곳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 빛을 이용한 질병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낼 때도 박 교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말고도 많은 실험 과학자들이 그에게 해석을 부탁한다. 박 교수는 교수의 교수인 셈이다.

원래 박 교수의 전공은 광학이 아닌 입자물리학이다. 그는 1990년부터 2년간 스티븐 호킹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있기도 했다. 한번은 전동휠체어가 차에 들이받히는 사고로 호킹 박사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사고 2,3일 뒤 박 교수가 병문안을 갔을 때 막 컴퓨터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기계를 수리해서 단 그가 한 말이 "무서웠다"였단다. 그 말을 들으면서 천재라 불리는 호킹 박사도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1998년 그가 정립한 이론이 광학 분야에서 널리 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공을 광학으로 바꿨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박 교수는 종종 말한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은 2005년 물리학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에 발표한 연구 결과. 1990년대 중반 금속에 나노미터 크기 구멍을 규칙적으로 뚫으면 구멍이 작은데도 빛이 상당히 많이 통과된다는 논문이 나왔는데, 그 원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2005년 그가 발표한 연구 결과가 논란을 깨끗이 정리했다. 2010년엔 한국광학회가 수여하는 '성도과학상'도 받았다.

박 교수는 3년 전부터 실험도 시작했다. 전공을 바꿀 때처럼 책을 뒤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하나 둘 실험 기술을 배우고 있다. 자신이 세운 이론을 직접 검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박 교수를 안 지 3년. 같은 과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그다. 실험까지 하느라 앞으로 더 바빠지겠지만 공동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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