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 누스랏 모치(25)와 남편 아바스 바티(27)는 5년째 도피 생활 중이다. 살해 위협을 피해 이사를 다니는 그들은 자신들의 주소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부부를 좇는 이는 다름 아닌 모치의 부모다. 모치가 집안에서 정해준 남성 대신 바티와 결혼해 도망치자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응징하려고 나선 것이다.
모치 부부는 그 동안 자녀를 둘이나 낳았는데도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모치의 부모는 바티 집안에 보상을 요구하고 "딸을 납치했다"며 그를 고소 했다. 바티는 합의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모치의 부모가 요구하는 20만루피(약 2,110달러)의 합의금이 하루 200루피를 버는 그에게는 너무 큰 금액이기 때문이다. 모치는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고 부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제 와서 그들이 나를 죽이려 해도 달리 방도가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모치 부부의 사연을 소개하며 "파키스탄 여성이 전통과 부모의 권위에 반해 자유의지로 결혼을 선택할 때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2003년 여성이 후견인의 동의 없이 결혼하는 것이 합법화했지만, 여전히 집안에서 정해준대로 결혼하는 관습이 남아있다. 부모의 뜻을 끝내 거역한 여성은 가문의 불명예로 낙인 찍혀 남성 친척들에 의해 살해되곤 한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살인된 여성 943명 중 직접 배우자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살해된 건수는 4분의 1인 219명에 달했다.
반인권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명예살인이 계속되는 것은 살인자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NYT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형법은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에게서 물질적 보상을 받고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의 친척인 살인자는 종종 징역형을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여성단체인 오랏파운데이션의 마흐나즈 라흐만은 "파키스탄 사회가 자유의지에 의한 결혼을 막는 것은 법이나 종교에 의한 제재라기보다 교육이 부족한 데에서 오는 문화적 제재"라고 말했다. 명예살인은 대부분 족장회의가 법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공동체의 정의라는 잣대가 법정의 판결보다 더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부모가 배신한 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사위를 납치 혐의로 고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경찰로 하여금 그의 재산을 압류하고 친척들을 억류하게 하기 위해서다.
라흐만은 "모치처럼 살해 당할 것을 각오하고 행동을 취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파키스탄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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