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전 이탈리아 총리의 호화 별장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던'비밀 동굴'의 모습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진작가 안토넬로 자파두는 7일 이탈리아 반도 서쪽 사르데냐섬에 있는 베를루스코니 별장의 지하시설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2009년 이 별장에서 베를루스코니가 반나체 여성들과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망원렌즈로 포착해 화제를 모았던 자파두는 이 사진을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받았다고 밝혔다. 지하시설의 존재는 별장을 짓던 2004년부터 알려져 왔지만 모습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데일리메일은 베를루스코니 별장의 지하시설이 007시리즈 영화에 나올 법한 '제임스 본드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별장 지하는 짧은 동굴을 통해 바다와 바로 연결돼 배를 타고 드나들 수 있다. 지하에 섬세하게 배치된 조명들이 빛나는 계단과 복도를 지나면 별장 본관이 나온다. 지하 수영장 바닥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자파두는 사진을 공개하며 "돌을 파내고 해저지형을 바꾼 지하시설들이 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004년 건설 당시 이탈리아 야당도 베를루스코니가 건축허가 없이 별장을 지으면서 해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베를루스코니는 "38차례나 살해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정보당국이 비상시를 대비해 지하시설을 지으라고 권했다"며 "건설장관의 조언을 받아 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에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60만㎡ 규모의 이 별장은 호화스러운 시설과 떠들썩한 파티로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손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라며 별장에 인공화산을 설치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부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별장을 방문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캔들과 재정위기로 지난해 11월 총리에서 물러난 베를루스코니는 최근 내년 4월 선거에서 총리에 재도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정계복귀의 길을 열어놨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