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숙원이었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가 처음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영화는 세계 3대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작품상에 줄기차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도 감독상이나 심사위원상에 만족해야 했다. 마침내 그 꿈을 김기덕 감독이 실현시켰다. 50년만이다.
9일 폐막한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김기덕 감독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영화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영화도 일본이나 홍콩영화처럼 작품성과 예술성, 국제성에서 세계 최고를 명실공히 인정 받은 셈이다. 더구나 그것을 증명한 주인공이 김기덕 감독이란 사실 또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의'아웃사이더'이다. 정식 학력이 중학 중퇴이고 제대로 영화를 공부 하지 않고 감독이 된 그는 스스로를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했을 만큼 이단적인 존재다. 우리 사회의 탐욕과 모순을 고발하려는 그의 영화는 밑바닥 인생들의 잔인하고 섬뜩하고 엽기적인 폭력과 자학을 거침없이 드러내 늘 논란과 혐오의 대상이 됐고, 국내 관객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때문에 상처도 입고, 어려움도 겪고, 숨어 지내기도 했지만 김기덕 감독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20년 동안 자신의 예술세계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성숙시켜 나갔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세계영화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의 빗나간 도덕성을 여전히 잔인한 폭력과 충격적 관계로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인간구원의 문제로까지 나아간 역시 '김기덕 감독의 영화'이다.
우리 모두 그의 영화에 대한 호, 불호를 떠나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는 자기만의 고집과 열정, 고통과 성숙으로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랐고, 한국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올해 들어 1,000만 관객 영화가 다시 나오고, 60%의 시장점유율을 넘보는 등 한국영화가 힘차게 부활하고 있다. 의 이번 황금사자장 수상이 상업성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예술성과 세계화를 한 단계 더 높이는 자극과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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