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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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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베니스 황금사자상/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의 작품 세계

입력
2012.09.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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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폭력에 대한 폭발적인 이야기가 황금사자상의 점잖은 취향을 뒤집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 "'피에타'는 '충격 영화'(Shock Film)라 할 수 있다."(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퍼블리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곧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폭발적'과 '충격적'이다. 파격과 도발이라는 용어로 흔히 표현되기도 하는 그의 영화는 보기 불편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늘 받아왔다. 김 감독은 사회적 금기를 일상처럼 다뤘고, 날것 자체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피에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작품은 초창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데뷔작 '악어'(1996)와 세 번째 작품 '파란 대문'(1998)의 파격적 설정에 이어 세상을 등지려는 한 남자가 낚시바늘을 목구멍으로 집어넣는 모습을 담은 네 번째 영화 '섬'(2000)도 영화계에 논란을 불렀다. 엄마를 칼로 위협하는 흑인 혼혈아들의 분노가 묘사된 '수취인불명'(2001)도 뜨거운 감자였다. '사마리아'(2004)는 자신의 딸과 원조교제를 한 남자에 복수하는 아버지의 사연을 그려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의 정점은 '나쁜 남자'(2001)였다. 한 여대생이 자신을 납치해 윤락녀로 만든 사창가 불량배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 전개가 여성 비하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정제된 이야기보다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앞세운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었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영화언어"라는 성찬과 함께 "이미지만 있을 뿐 과대포장 됐다"는 날 선 비판도 뒤따랐다. 특히 여성평론가나 여성 관객들의 반감을 많이 불렀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김 감독의 장점이자 한계가 바로 극단성인데 극단적인 영화는 논쟁적이 될 수 밖에 없고 좋고 싫음이 확연히 갈리기 마련"이라며 "'피에타'는 김 감독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해 상을 받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의 영화는 해외, 특히 유럽에서 각광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은 독일에서만 18만2,813명이 찾았고, 프랑스에선 18만6,760명이 관람했다. 김 감독 영화가 10만 명을 쉬 넘지 못하는 국내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모국인) 한국보다 유럽 국가에서 더 많은 관객이 내 영화를 찾는다"며 서운한 감정을 종종 비쳐왔었다. 동양의 이국적인 정서를 서양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케 하는 화면으로 전달해온 김 감독 스타일이 인기의 비결로 분석돼 왔다.

유럽 영화인들 대부분이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감독과 함께 김기덕 감독을 한국영화의 상징으로 꼽곤 한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형제 감독인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도 2009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한국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이라고 지목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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