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 성장세가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당장 실적악화를 막고자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한 설비투자마저 대폭 줄이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훼손도 우려된다.
9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유로존 위기에 발목 잡힌 국내외 기업 상반기 실적 부진 뚜렷'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19개 국내 비금융 상장기업의 전년 동기대비 매출증가율은 3.7%로 작년 상반기(10.3%)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상반기 5.3%에서 올해 4.3%로 감소했다.
이는 유로존 위기 장기화의 영향이 크다. 실제 해외 수주가 줄어들면서 수출기업의 매출증가율(13.3→3.4%)과 영업이익률(5.1→3.5%)은 내수기업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유일하게 나아진 모습을 보인 기업들의 현금흐름(잉여현금흐름 -3.2→-0.6%)도 반길 일이 아니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상반기 현금흐름 개선은 영업활동 수익이 개선됐다기보다 운전ㆍ설비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도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이자비용과 영업이익의 규모를 비교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배보다 낮은 기업은 전체의 26.5%, 이들 기업의 차입금(116조원)은 전체 차입금의 36.3%나 됐다.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4분의 1을 넘는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설비투자도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생산을 위한 장비나 시설에 쏟는 돈을 줄이면 장차 경기 회복기를 맞아도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전년 동기대비 -3.5%)은 1분기(8.6%)보다 크게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 평균(2.2%) 역시 작년 상반기(8.9%)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특히 2분기 들어 제조업의 생산능력 증가율(3.3%)이 3년 만에 생산규모(1.5%)를 앞지르면서 '설비투자조정압력'이 커졌고,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수주 증가율도 -17.8%로 급감해 내용면에서도 좋지 않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만약 2분기 설비투자가 지난 10년간의 장기균형수준만큼만 이뤄졌다면 3조4,450억원의 부가가치와 5만6,270개의 일자리가 더 창출됐을 것"이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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