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협박과 함께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 받았다고 폭로한 이유는 뭘까. 또 이를 통해 안 원장 측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안 원장 측의 폭로 배경을 두고는 대선 출마 임박설과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7일 "거친 정치판에 발을 담그는 것인데 출마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라면 기자회견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 핵심 당직자도 "이번 폭로는 실질적으로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출마 시점을 본격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출마 결심을 굳힌 데 따른 행보라기 보다는 네거티브 검증 공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 원장의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해 "대선 한 달 보름 전까지는 계속 상황을 따져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로가 단기적으로는 안 원장 측에 일정한 득이 될 것으로 봤다. 신 교수는 안 원장 측이 정치권의 검증 공세와 관련해 출처를 문제 삼은 데 대해 "네거티브 검증을 불법사찰 프레임에 가두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당장은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꺼져가는 듯하던 불법사찰 논란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까지 포함시킴으로써 휘발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대선 구도를 박근혜ㆍ안철수의 양자 대결로 전환시키는 효과도 안 원장 측에 득이 될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새누리당 박 후보에 맞설 야권의 유일 후보가 안 원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불법사찰로 탄압받는 듯한 모양새까지 갖춤으로써 중도ㆍ무당파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전날 안 원장 측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장에 민주당 송호창 의원과 강인철ㆍ조광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배석한 것을 두고 "수세적 대응에서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길게 보면 안 원장 측에 플러스만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신 교수는 "'친구 대 사찰' 식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면 결국은 정치 공방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비(非)정치 영역에 있던 안 원장이 도리어 기성 정치권의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싸움에 몰두하는 기성 정치권과 다르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어온 안 원장에게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원장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뇌물과 여자 문제를 언급한 것 자체가 "사실무근"이란 해명과는 달리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의 잔상 효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안 원장은 지난 5일 경기 부천의 한 호프집에서 '부천 YMCA 좋은 아빠 모임' 회원 10여명을 만나 "소득 불균형을 줄이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고 안 원장 측이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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