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 유포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러 의혹의 실체와 진실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론되는 핵심 의혹들은 금태섭 변호사가 협박 받았다는 산업은행 벤처팀장 뇌물 제공, 여자 문제와 함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의혹 등이다. 안 원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특히 산은 비리 사건의 담당 검사가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뇌물 제공 의혹은 안랩이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9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당시 산은 벤처투자 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강씨가 2002년 4월 산은 자금을 투자해 주는 대가로 벤처업체 4곳으로부터 11억 8,000만원대의 주식과 현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 의혹 확산의 불씨였다. 강씨가 당시 안랩의 비상근 이사로 등재돼 있어서 안랩으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에도 이런 소문이 나돌았지만,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안랩 측 해명이다. 산은 관계자도 "안랩은 당시 V3시리즈 개발로 명성이 높아 금융회사들이 서로 투자하려고 달려들었던 곳이어서 안랩 측이 로비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쫓아가서 제발 투자를 받아 달라고 그랬던 상황이었다"며 뇌물 제공설을 부인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아 강씨를 구속했던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가 바로 정준길 공보위원이었다. 정 위원이 공보단에서 '안철수 검증' 업무를 맡게 된 것도 이런 이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당시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정 위원이 금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을 거론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 위원은 "시중에 나도는 얘기를 전하며 검증에 제대로 대비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하지만, 안 원장 측은 정 위원이 마치 혐의를 확보한 것처럼 위협해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정 위원이 수사 과정에서 포착한 일부 혐의를 확보해 안 원장 검증에 활용하려 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 위원이 금 변호사에게 전한 또 다른 의혹은 안 원장이 서울 목동에 사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었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여자 문제는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 안 원장의 룸살롱 출입 논란과 함께 광범위하게 유포된 소문이었으나 현재까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전혀 없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 1999년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인수한 뒤 1년 만에 이를 주식으로 전환, 300여억원의 주식평가익을 올렸다는 것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의혹 중 하나다. 이 사안은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올 초 검찰에 고발했다가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랩이 당시 BW를 저가에 발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는 없어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정 위원도 지난 1일 트위터에서 "BW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쉽게 알려드리겠다"며 안 원장 검증 재료로 활용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삼성SDS의 BW 저가 발행 의혹을 제기했던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안랩의 BW 발행 과정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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