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심리학자 엔젤 코르콜스는 최근 세미나에서 강연한 대가로 돈 대신 '10시간'을 받았다. 돈이 없다 보니 이 시간만큼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증서다. 그는 이 시간으로 미용실을 이용하거나 요가수업을 받을 생각이다.
#스페인 말라가에 사는 목수 데이비드 채프먼은 6개의 태양열 오븐을 300코뮌(말라가에서 유통되는 가상통화)에 팔고, 그 돈으로 집에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
유로가 사라지고 있다. 대신 타임뱅크 가상화폐 종이신용카드 등 다양한 대안통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수백 만 명의 실업자가 양산되자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주의 어촌에서는 종이신용카드 '투루타스(Turutas)'를 쓴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물건을 판매해 신용등급을 쌓고, 이를 투루타스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6만7,000여명의 주민들 중 현재 150명만이 사용하지만, 가입인원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투루타스에 가입한 톤 달모(57)는 "우리는 교환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통화의 기능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조르디 모레라(25)는 "매일 재료비로 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투루타스를 쓰면 수입에 적잖은 타격을 받는다"면서도 "화폐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우리 삶을 제약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바르셀로나는 타임뱅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거래를 할 때 돈 대신 시간으로 계산한다. 운영 중인 타임뱅크는 100여개, 가입자는 은행당 10여명에서 많게는 3,000명에 이른다. 실직한 세르지오 알폰소(30)는 "타임뱅크는 당신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건 간에 동등하게 시간을 가지고, 또 상호협력 한다"고 밝혔다.
대안통화 시스템은 과거 전쟁이나 대공황 시기에 활성화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시민사회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욕과 남아공 등에서 소규모로 대안통화 프로젝트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세금 납부에 차질이 생기고, 지역별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범죄에 악용되는 등 한계가 드러나 확산되지는 못했다.
피터 노스 리버풀대 부교수는 "대안통화 시스템은 경제위기 때 나타났다가 위기가 끝나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사람들은 신용조합 공동은행 유기농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안경제를 찾아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대안통화 시스템이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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