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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홈즈부터 호라시오 반장까지… 왜 범죄 이야기라면 눈이 번쩍 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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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홈즈부터 호라시오 반장까지… 왜 범죄 이야기라면 눈이 번쩍 떠질까

입력
2012.09.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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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김용언 지음/강 발행ㆍ324쪽ㆍ1만5,000원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김봉석 지음/예담 발행ㆍ288쪽ㆍ1만2,000원

국내 출판계에서 SF, 추리,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소설은 인기에 비해 유독 대접받지 못한다. 어떤 작품이 '바이블'인지, 어떤 기준에서 작품이 평가받는지, 주목받는 작가와 작품을 말해줄 수 있는 전문가는 장르출판사 편집자와 파워블로거 정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저자들이 나란히 내놓은 범죄영화 입문서는 유독 반갑다. 두 저자 모두 영화잡지 기자 출신에다 국내 유일의 장르문학전문지 <판타스틱> (출판사 재정에 따라 휴간과 복간을 번갈아 하고 있다)의 기자와 기획위원으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용언의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은 제목처럼 범죄소설의 기원과 역사를 소개하며 인기의 이유를 분석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대중문학론> 을 발췌하며 서두를 연 학구적인 필자는 우선 용어 정리에 나선다. 19세기 말 영국을 중심으로 1920년대까지 융성했던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이 '추리소설', 193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를 풀어가는 소설이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범죄소설은 이 둘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1부는 19세기 영국에서 추리소설이 발생하고 거대한 신화를 이루는 과정을 소개한다. 당시 영국에는 전례 없는 대도시가 등장했고, 정기간행물 종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식자층이 새롭게 형성됐고, 범죄에 대한 기이할 정도의 열광이 시작됐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캐릭터가 바로 셜록 홈즈다.

'남들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놓쳐버린 단서에 사건 내 인과관계에 맞춰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구조를 완성해가는 수집가, 거리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이전 역사를 파악할 수 있고 특정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할 수 있는 산책자, 그리고 이 모든 행위에 통달한 전문가.' (85쪽)

고전적 추리소설이 계급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시선에 갇혔다면 하드보일드 소설은 1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미국에서 발아했다. 작가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가 주축을 이룬 하드보일드 소설은 20세기 미국의 각종 불안한 사회를 반영하며 당시 중산층 이하 남성들의 처지와 감정을 대변해주었다. 전국적인 규모의 노사분규, 막강한 갱스터의 출현, 돈을 위한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 등이 하드보일드 소설의 단골 소재였다.

<범죄소설…> 이 각종 문학담론을 인용해 범죄소설의 기원과 계보를 분석했다면, <하드보일드…> 는 저자의 주관적 취향으로 하드보일드 소설의 정전과 화제작을 맛깔 나는 솜씨로 소개한 책이다. '나는 하드보일드가 일종의 스타일이며 애티튜드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캐릭터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세상의 폭력에 맞서 살아남는 한 가지 방법.'(9쪽)

책은 5부로 나눠 정통 하드보일드와 스릴러, 사회파 미스터리까지 사회 모순과 인간 심연을 꿰뚫는 당대 문제작 38편을 소개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 처럼 일본 추리소설의 시초 같은 책도 있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처럼 최근작이 대다수이고 그 중 상당수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세상은 잔인하지만 무한한 경이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것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즐겁게 살고, 다만 이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주관적 체험과 최근 한국사회의 트렌드를 하드보일드 히트작과 엮어 소개한다.

범죄소설의 대표작을 다른 방식으로 소개한 두 책은 범죄소설이 사회의 욕망을 재현하고 있고, 소설 속 캐릭터가 각 시대 욕망의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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