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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주유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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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주유소 늘어난다

입력
2012.09.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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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에서 폐업주유소 사진 찍었음

주유소들이 문을 닫는다. 한 때 주유소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알부자’소리를 들었지만, 계속된 고유가와 과당경쟁 등이 맞물리면서 이젠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지방 주유소를 중심으로 본격적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 닥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폐업 신고를 낸 전국 주유소 수는 17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개) 보다 40%가량 증가했다. 2008년 연간 101개 정도였던 폐업 주유소 수는 지난해 205개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 들어서도 매월 많게는 30여개 주유소가 폐업 신고를 하고 있어 연말께는 문 닫은 주유소가 3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 동안 주유소는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안정적 매출과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어 돈 많은 자영업자들의 1순위 투자 대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경쟁촉진 정책을 펴면서 수익률은 급감했다. 2008년 평균 9%에 달하던 전국 주유소의 매출 이익률은 올 상반기 4%대로 반토막이 났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이사는 “정부가 마트주유소, 알뜰주유소, 농협주유소 등 기름값 인하를 유도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주유소를 장려한 탓에 결국 폐업이 줄을 잇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 주유소보다 ℓ당 70~100원 싼 휘발유 공급을 표방하며 올 1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알뜰주유소는 현재 650개를 돌파했다. 여기에 농협이 자체 브랜드를 달고 운영 중인 400여개 주유소는 농촌지역 주유소들에 치명타가 됐다.

지역별 폐업 주유소 수는 경기도가 27개로 가장 많았으나 충남(24개), 전북(22개), 경북(20개)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농촌 주유소들의 최대 수익원은 면세유인데 지방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인 농협으로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자영 주유소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나 농협주유소가 아니었어도, 주유소는 워낙 과잉공급상태여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주유소 수는 총 1만2,852개로 인구와 국토면적 규모가 비슷한 영국보다 4,000여개나 많다.

1991년 3,800여개에 불과하던 주유소 수가 폭증한 건 정부가 그 해 주유소 설치 거리 제한 규정을 5㎞ 이내로 완화하고, 95년엔 아예 폐지했기 때문. 또 나대지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면서, 땅 소유자들이 너도나도 주유소를 세웠다. 경기도에서 15년간 운영한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매물로 내놓은 A씨는 “주유소를 인수하겠다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니 철거 비용만 1억5,000만원이나 해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유소의 적정 규모를 7,000~8,000개로 보고 있다. 문 닫는 주유소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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