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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읽어보세요 - 숲에는 갈등이 없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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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읽어보세요 - 숲에는 갈등이 없다 外

입력
2012.09.0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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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칡과 등나무는 있어도 복잡하게 엉켜 있는 '갈등'은 없다

숲에는 갈등이 없다/ 이우상 지음

칡과 등나무는 숲을 망치는 게릴라다. 수종을 가리지 않고 접근해 나무의 숨통을 조이고 영양을 빨아먹으면서 둥치를 감아 올라간다. 수백년 된 소나무도 이들 공격을 받으면 몇 년 내에 고사한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의 한자인 갈등(葛藤)은 개인이나 집단이 이해관계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를 뜻하게 됐다.

그런데 저자는 10년 넘게 산을 헤집고 다녔지만 칡과 등나무가 엉켜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인간 세상엔 갈등이 있지만 숲에는 칡과 등나무만 있고 갈등은 없었다. 그래서 <숲에는 갈등이 없다> 는 엉뚱한 책 제목이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무와 숲, 식물에 얽힌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누구나 편안히 읽도록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특히 나무와 숲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인간의 잘못된 세태를 꼬집었다. 인연ㆍ368쪽ㆍ1만4,800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18세 소녀를 성폭행한 흉악범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진 사연은?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레너드 케스터ㆍ사이먼 정 지음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18세 소녀를 납치ㆍ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스스로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구술한 진술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국선 변호사 알빈 무어는 법정에서 "경찰이 피의자 연행에 앞서 묵비권과 변호사 조력권, 진술 거부권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기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무죄 선고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범인 체포 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라고 말하는 '미란다 원칙'이 생겼다.

책은 미국 법치의 근간인 연방대법원의 극적인 판결 31가지를 해설했다. 1789년 연방대법원이 생긴 이래 남북전쟁,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배경으로 해 미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판결들이다. 현암사ㆍ440쪽ㆍ1만8,000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뒷전으로 밀려난 인권… 차기 대통령 선택의 기준은 '인권 정책'

대선 독해 매뉴얼/박래군 김미화 외 지음

성폭력 발생 이후 불심검문 부활 추진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지만 관심사에서는 밀려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인군운동가 박래군씨가 방송인 김미화씨와 함께 경제, 복지, 소수자, 자유권, 통일ㆍ평화, 대선 후보 인물분석 등 6개 분야에 걸친 대선 핵심 쟁점을 분야별 전문가 12인과 각각 토론하고 정리해 펴냈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박김영희 전국장애인차별금지연대 사무국장, 서화숙 한국일보 기자 등이 참여했다. 이 책은 새 대통령 선택의 기준으로 인권정책을 제시하며 사안별로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박래군씨는 "이 책이 대선후보들의 인권의식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클ㆍ304쪽ㆍ1만5,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이승만·박정희 정권 아래 법이 어떻게 독재의 지배수법으로 악용되었나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한상범 등 지음

프랑스, 영국과 달리 시민혁명 없이 탄생한 일본 법은 독일을 모델로 삼았다. 독일의 외견적 입헌주의는 자연법상의 천부인권 관념을 부인하고 실정법 질서를 권력자에 의한 위로부터의 구성으로 본다. 해방 이후 한국의 법제는 이런 일본법을 베끼면서 독재정권에 악용될 기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 잘못된 틀조차 쿠데타로 무력화시키거나 더 조악한 악법으로 퇴행시켰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한국법에 무슨 문제가 있었고 그 법이 어떻게 악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간첩 조작, 국민투표의 악용, 매카시즘,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사찰 미행 도청을 통한 감시, 정치활동규제법, 삼청교육대, 사법 살인, 블랙리스트 등 독재정권의 지배수법도 되돌아봤다. 삼인ㆍ208쪽ㆍ1만3,000원.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조선팔도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기행 형식으로 재구성

새로 쓰는 동학 기행 1/채길순 지음

동학농민혁명 발발 118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사건을 다시 돌아본다. 한국사 5,000년에서 일대 분수령이 된 혁명, 전라도만이 아니라 조선팔도 도처에서 일어난 민중 혁명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동학 2세 교주 최시형의 포교 행적을 중심으로 해 전국적 규모로 발전하기까지를 답사 기행문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차분은 강원, 충청, 서울ㆍ경기 등지를 대상으로 한다.

충북 영동이 고향인 저자는 어릴 적부터 동학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며 한국일보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1억원 고료를 내걸고 공모한 장편소설 당선작 '흰옷이야기'등 자신의 작품에서 동학 이야기를 다루었다. 최근 한일 관계와 관련, 역사의 뿌리를 새삼 인식하게 한다. 발품을 팔아 확보한 현장 사진과 도면이 이해를 돕는다. 최시형이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 찍은 사진에서 그가 노려 보는 것은 구한말의 피폐한 정권일까, 아니면 역사 건망증에 걸린 후손들일까. 모시는 사람들ㆍ328쪽ㆍ1만5,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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