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했다. 이로써 민주, 공화 양당은 전당대회를 모두 마무리하고 11월 6일까지 60일 동안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오바마와 공화당 밋 롬니 후보의 선거판세는 10월 3일부터 세 차례 진행될 TV토론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지난 8년 동안 세 차례의 전당대회를 통해 정치적 진화를 거듭했다. 2004년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꿈과 담대한 희망을 얘기해 스타로 부상했다. 2008년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변화와 희망을 통한 미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날 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타임워너 실내경기장에서 진행된 수락연설에서 오바마는 더 이상 꿈을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 희망과 변화를 위한 시간을 더 달라며 유권자의 선택을 호소했다. 오바마는 "4년 전 약속 가운데 많은 것들이 완수되지 못했다"며 "성취한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에 훨씬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솔직한 발언은 더 이상 정치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됐다. 오바마는 이어 "4년 전 여러분들이 선택한 변화와 희망은 끝나지 않았고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재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그 여정은 험하지만 그 길은 더 나은 곳으로 연결돼 있다"며 "나는 여러분에게 그 미래를 선택하라고 요청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당신이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라'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명언을 바꿔 자신을 선택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오바마는 "우리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면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40분 동안 진행된 오바마의 연설은 유권자들이 다시 오바마를 선택해야 하는 논리적 당위에 무게를 두려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웅변은 좋았지만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데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가 이날 밝힌 새 약속은 공화당이 그의 실정을 문제 삼는 경제분야에 집중됐다. 오바마는 재임하면 4년 간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고 수학ㆍ과학 교사 10만명을 고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거 전쟁비용을 경제분야에 투입하고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는 롬니가 외교정책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게 아웃소싱했다며 '외교의 신출내기'로 깎아 내렸다. 그는 "롬니와 그의 러닝메이트(폴 라이언)가 미국을 실수와 허세의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면서 "냉전의식에 빠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알 카에다가 아니라 러시아를 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롬니가 부자감세와 재정적자 삭감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는 산수야"라고 비꼬기도 했다. 오바마는 원고에 있던 "중국에서 숙련 노동자를 찾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장에서 '중국'을 '해외'로 바꿔 말하는 등 롬니의 '중국 때리기'와 거리를 유지했다. 동맹국 중에는 이스라엘만을 지목해 안보공약의 이행을 다짐했다.
연설 뒤 오바마는 부인 미셸, 두 딸과 포옹한 뒤 무대를 떠났다. 오바마는 다음에는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서게 된다. 이날 전당대회는 참석자가 2008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만여명에 불과했으나 "4년 더"를 끝없이 외치는 관중의 열기와 환호는 여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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