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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등급 사상 첫 일본 추월/ 빚 상환능력만 앞서… 日과 경제력 격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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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등급 사상 첫 일본 추월/ 빚 상환능력만 앞서… 日과 경제력 격차 여전

입력
2012.09.0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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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함으로써 사상 처음 일본(A+)을 앞서게 됐다. 이에 따라 해방 이후 우리 민족의 숙원인 경제력의 '극일'(克日)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과의 경제력 차이가 많이 좁혀지긴 했으나, 격차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용등급은 말 그대로 '대외부채의 상환능력'만 평가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외환보유액, 인구, 무역규모 등 특정 국가의 경제력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의 설명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나이가 어려 완력이나 지적 능력의 절대 수준에서 뒤지는 초등학생이 면역력 부문에서 성인을 앞서는 상황에 비유된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높다는 것일 뿐 축적된 부(富)의 절대 규모나 기술 수준에서 앞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제력 평가에 사용되는 주요 지표에서 양국의 격차는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한 국가가 연간 창출하는 부가가치인 GDP의 경우 한국(1조1,640억달러ㆍ2012년 추정치)은 일본(5조9,810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GDP 격차가 11.4배에 달했던 20년 전(일본 3조8530억달러ㆍ한국 3,380억달러)에 비해선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외환보유액과 무역규모에서도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든 격차가 확인된다. 7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144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역시 일본(1조2,728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 무역규모(2011년)도 일본은 1조7,200억달러로 1조달러를 겨우 넘어선 한국을 압도한다.

두 나라의 무역 경쟁에서도 한국은 매년 판정패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대일 교역에서 2,730억달러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는 우리 경제 구조가 수출용 소재와 주요 핵심 부품을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용등급의 역전처럼, 양국 간 격차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만큼 경제력의 절대 수준에서도 일본을 앞서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2030년에는 5만6,000달러로 일본(5만3,000달러)을 앞설 것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상한 게 대표적이다. 또 한국이 '북한 리스크'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통일 한국'이 실현되면 GDP 총량 측면에서 역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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