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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산층은 응답하라' 정치·자본에 낚여 곤두박질친 중산층이여,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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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중산층은 응답하라' 정치·자본에 낚여 곤두박질친 중산층이여, 각성하라!

입력
2012.09.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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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응답하라/톰 하트만 지음·한상연 옮김/부키 발행·296쪽·1만4800원

"지금의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전업 일자리를 갖고도 생활임금을 벌지 못한다. 대학 졸업장이 있어 봤자 변변한 직장을 갖기가 어렵고,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자기 집 하나 장만하기 힘겹다.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청년 신용 불량자가 즐비하다. 상위 1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99퍼센트는 늘 무언가 도둑맞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악덕 자본가 시대를 보는 듯하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77쪽)

한국 이야기 같지만 미국의 고민이다. 두터웠던 미국 중산층은 어쩌다 곤두박질치게 되었을까. 미국 중산층 비율은 1971년 61%에서 2011년 51%로 40년 간 10%나 줄었다. 순자산 가치 역시 최근 10년간 약 28% 감소했다. 미국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유명 좌파 논객인 톰 하트만(61)이 중산층의 위기를 초래한 기업과 권력의 전횡을 고발하며 시민의 각성을 촉구한다. 원제는 (엉망진창으로 뒤틀린)로, 'The undeclared War Against the Middle Class'(중산층에 대한 선전포고 없는 전쟁)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현재 일곱 개 회사를 소유한 기업가이나 자본의 편에 서지 않고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주물 공장 노동자로 악착같이 중산층이 된 자신의 아버지가 결국 석면에 장기간 노출돼 폐암의 일종인 폐중피종으로 사망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인은 가난해지는데 왜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나라인지, 소수의 엘리트에만 유리한 나라를 만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중산층의 흥망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데 확고한 논리와 차분한 설명으로 쉬이 읽힌다.

독립혁명부터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까지 미국 대통령과 정치사를 탐색하며 중산층 흥망의 역사적 교훈을 전하는데, 특히 보수에 신랄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 정치, 경제, 철학적 논리를 동원한 보수가 은밀한 방법으로 사회 공동자산을 훔쳐 자기들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작금의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세력 싸움이 아니라 국민과 소수 엘리트에게만 유리한 미국을 만들려는 보수 사기꾼의 싸움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대적인 부자 감세로 인해 재정 적자의 늪에 빠진 미국의 상황이나 그린스펀이 사회보장신탁기금을 차입해 정부 부채를 은폐한 것이나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통해 납세자들의 돈을 다국적 기업의 호주머니로 쏟아 부은 것 등 기업가들의 뒤에 숨은 미국 보수파 정치인들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민주당 출신 전 클린턴 대통령도 화살을 피해갈 수 없는데, 레이건 때부터 지속된 친기업적 정치ㆍ경제 지형을 더욱 강화했다고 몰아친다.

부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경제 사회구조를 재편하면 그 돈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직원을 고용하는 등 순기능을 끌어내 부가 노동자에게 전이될 것이라는 주장이 허구라며 그는 '노동자에게 2만달러의 가욋돈이 생기면 소비로 이어지지만 빌 게이츠 같은 부자에게 2,000만달러가 생긴다 해도 은행 잔고만 늘 뿐'이라고 일침한다.

책 곳곳에서 언급되는 '건국의 아버지' 신화나 진보에 대한 비판이 없는 점이 한계이나 부동산 버블이 초래한 위기나 부자감세 논란은 우리와 판박이라 공감이 크다. 중산층을 공격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한 신랄한 비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부가 소수에 집중되고 중산층이 정치적으로 아무런 잠재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위축될 때 민주주의는 봉건적 귀족정치, 소수 엘리트의 지배 체제로 전락한다며 '정치에 속고 자본에 털린' 중산층에게 응답하라고 촉구한다. 저자는 그 방법론으로 신문과 방송 등 매체를 활용한 대중선전, 정치인과 직접 소통하기, 노동조합 운동에 참여하기를 들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잘 지적했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선동적인 느낌도 든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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