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4일부터 개최한 채용박람회에는 히타치 콘티넨탈AG 레달 등 일본 독일 핀란드의 유명 기업을 포함한 186개 기업이 몰렸다. 부스 참가비로 서울대가 벌어들인 돈도 157개 기업으로부터 9,400만원이다. 서울대는 3일 기준 부스당 60만원의 참가비를 받아 행사 비용으로 쓰고 있다. 152개 업체가 참가한 지난해 박람회 때도 이틀 기준 50만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는 올해 취업박람회 참가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 섭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고용했다. 기업에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고, 인사 관련 부서에 친분이 있는 인맥을 총 동원한 결과 전년에 참가하지 않았던 공기업 몇 군데를 추가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취업률 1, 2%에 정부의 예산 지원 규모가 크게 달라져 취업박람회를 통해 취업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어마어마하다"고 털어놓았다.
9월 취업박람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대학 서열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위권 대학에는 200개 가까운 기업이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몰려드는 반면 소위 서열이 낮은 대학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겨우 40개 기업을 유치하는데 그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률을 대학 지원을 위한 평가의 주요 지표로 활용하면서 대학들은 취업박람회에 더욱 목을 매고 있지만 기업 유치에 성공하는 대학은 일부다.
통상 대학 취업박람회는 기업 공채시험 시기인 9월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이달 상순만 해도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중 참가비를 받은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지만, 연세대나 고려대 등도 140~200개의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박람회를 개최했다.
반면 하위권 대학들은 변변한 기업을 유치하기조차 힘들다. 서울대처럼 참가비를 받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어 박람회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100여 개 기업을 유치해 3일간 박람회를 치르는데 5,000만원이 들었는데, 교과부가 지원하는 예산을 쪼개 마련했다. 다른 사립대는 기업의 참여율이 너무 낮아 3년 전부터 아예 박람회를 포기하고 개별 기업 취업설명회만 유치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과부는 취업률 낮으면 재정지원 줄이겠다, 학자금대출을 제한하겠다며 압박하고 있어 기업들을 모셔가며 취업박람회를 열려니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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