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내용을 정강에 다시 넣었다. 신(God)의 존재에 대한 언급도 4년 만에 정강에 포함시켰다. 두 내용이 제외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새 정강 발표 이틀 만에 긴급 수정한 것이다. 전진(Forward)과 변화(Change)를 추구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당대회에서 처음 보인 변화가 전진이 아닌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5일 전당대회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두 가지 사실을 정강에 포함시키는 안건을 긴급 상정했다. 정강 수정에는 대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했다. 사회자가 구두 투표를 선언하고 찬성 통과를 유도했으나 반대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찬반 목소리의 크기가 비슷하자 사회자가 두 차례 더 의견을 구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당황한 사회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찬성 목소리가 더 높았다며 통과를 선언했고 대의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민주당이 이처럼 절차상 무리수까지 두며 정강을 수정한 것은 여론과 유대계 반응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정당 강령에 건국이념과 맞닿아 있는 기독교의 하나님을 언급하는 것은 관행처럼 돼 있다. 정강에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고 기술하는 것은 친유대 성향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았다. 물론 현실에선 민주, 공화 양당 모두 텔아비브를 수도로 인정하고 있다.
정강에서 신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내용이 제외되자 공화당이 먼저 오바마의 성향을 문제 삼았고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도 움직였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이 미국 주류 사회와 얼마나 멀어졌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미 언론은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오바마가 정강의 원상 회복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토록 했다고 전했다.
샬럿=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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